권일 ㅣ 한국교통대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
또다시 집값이 뜨겁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고 “투기를 근절하고 공급을 확대하라”는 요지의 지시 사항을 내렸다. 7·10 부동산대책이 나왔고,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일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이 된다. 그런데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투기를 근절하고 공급을 확대하는가가 중요하다. 7·10 대책에서는 규제지역을 지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를 통한 투기 대책이 제시되었으며,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도시 내 재개발·재건축과 주변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통한 공급이 제시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책으로는 수도권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와 제안은 다음 두가지다.
첫째, 도시 내 공급을 하건 주변 지역에서 공급을 하건 수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건설을 통해 추가로 공급되는 주택들을 지금처럼 다주택자들이 더 많이 사들일 수 있는 구조에서 신규 주택 건설을 통하여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다주택자들이 추가적 주택 구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에서 공급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추가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공급 정책이자 수요관리 정책이다. 이를 실현시킬 방법으로 한 도시 내에서 2주택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두채 소유한 경우보다 한 도시 내에서 두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투기적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택의 취득, 보유, 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세금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액의 100% 가깝게 징수함으로써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현재에도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 중과세가 되어 효과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지역은 조건이 바뀌면 해제되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소나기만 피하자’는 생각과 함께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또한 규제지역 지정은 투기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투기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한다.
한 도시에 2주택 이상 소유하는 경우 훨씬 더 많은 조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어야 해당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반 시민들에게도 정책적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가 있다. 다만,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고 현재의 다주택자들이 처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어서 시장에 주택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집은 모든 국민에게 꼭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재화다. 우리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농지 소유 제한 조항이 있다. 국민 대부분이 농민이고 농지가 국민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비농민이 농지 독점을 통해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주택에도 이 헌법 정신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둘째,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공급 확대는 신규 주택 수요를 만들어낸다. 도시화 이론 중에 ‘토다로의 역설’이 있다. 도시로의 인구집중으로 발생하는 도시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도시문제가 심화된다는 게 요지다. 즉, 도시문제는 농촌 지역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수도권의 집값 안정화에 대한 노력을 할수록 수도권의 집값 문제는 심화된다. 수도권에 주택 건설을 확대할수록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신규 유입인구 증가를 불러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 주변의 많은 거주자들이 실제로는 서울에 살고 싶어도 서울에 살 수 없기 때문에 머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서울 주변부의 주택 공급 확대는 서울의 주택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더 확대시키게 된다. 장기적으로 수도권 주택 가격의 안정화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인구이동이 발생하지 않고 국토 균형 발전이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