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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칼럼] 우물에 독 퍼부은 자, 그 옆의 바람잡이들

등록 2020-08-24 16:14수정 2020-08-25 02:10

목사라는 전씨의 발언과 행태는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 궤변과 기행에 맞장구쳐주며 ‘극우’에 한표를 구걸했다. 전씨 일파가 온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 푸는’ 걸 방조하던 언론이 이젠 ‘코로나 정치’ 운운하며 대놓고 감싼다.
지난 7개월여, 일자리 끊기고 학교 문 닫는 고통까지 감내하며 온 국민이 버텨온 보람도 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광화문 집회’와 ‘전광훈’의 책임이 도드라진다. 목사라는 전씨가 오래전부터 해온 발언과 보여온 행태

는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통령에게 ‘이× 저×’ 하는 건 기본이고 ‘하나님 까불면 죽어’ 운운하는 망언까지 쏟아내자 한 기독교단체는 규탄 논평을 냈다. 지난해 12월21일 집회에선 ‘5·16으로 나라 바로 세운 군대가 문재인을 체포하라’며 위험한 선동 발언을 했다. 10월3일 집회를 앞두고는 순교할 사람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고, ‘순국결사대’라 쓴 옷 입은 이들을 앞세워 청와대로 향했다. 시위대 선두는 사다리 타고 청와대 담장을 넘겠다며 각목까지 휘둘렀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람들이 무대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람들이 무대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막말이나 폭력의 피해는 현장에 그치지만 바이러스는 엔(n)차 감염으로 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전씨는 보건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집회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혹세무민하더니 결국 코로나 확산 시점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마지막까지 자기 교회가 ‘바이러스 퍼붓는 테러’를 당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실제론 그들이 온 국민에게 바이러스 테러를 가한 꼴이 됐다. 24일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만 875명에 이른다.

개신교계에서 비주류 목회자였던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질 것’이라며 정치에 뛰어들었고, 이후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며 극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가 막말과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옆에서 바람 잡던 이들이 여럿이다.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 궤변과 기행에 맞장구쳐주며 ‘극우’에 한표를 구걸했다. 전씨와 함께 여러 무대에 오른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심재철·김진태 등 여러 정치인이 여전히 미래통합당에 몸담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8·15 집회에 당 차원에서 참가하진 않았지만 전·현직 의원들의 개인적 참가는 막지 않았다. 코로나로 위험하니 참석하지 말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으니 공당으로서 바이러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구보수 언론 역시 전씨의 막가는 행태를 경고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겼다. 지난해 6월부터 전씨 일파가 청와대 인근에 천막 치고 장기 농성에 들어가자 소음 공해와 교통 방해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았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탄원하고 주민들이 청원을 넣는데도 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조나 진보단체 집회엔 사소한 시빗거리도 침소봉대해 비판하던 <조선일보>는 청와대 앞에서 각목 휘두르며 난동 부리는 전씨 일파를 두둔하고 나섰다. ‘폭력집회’라 비판하는 여당을 오히려 비난했다. 그러고는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이 아니다…우리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전면 인터뷰로 그의 망동에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가 전씨를 제대로 비판한 건 딱 한번.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계 독자정당을 만들자 칼럼에서 ‘보수 대통합’을 흩트리지 말라고 한 게 전부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일정을 잡자 조·중·동은 다시 이들에게 지면을 내줬다. 코로나 확산으로 서울시가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온 국민이 걱정하는데도 조선일보는 광화문으로 모이라는 광고를 3개 면이나 실어줬다. 집회 뒤엔 ‘정부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강요해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가짜뉴스 광고까지 실었다. 조선일보는 전씨 일파의 막가파식 행태를 비난하기는커녕 ‘비난하니까 숨지 않느냐’며 오히려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연일 ‘코로나 정치’라며 방역 문제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웠다. 그러자 전씨 일파 역시 경찰과 총리까지 고발하겠다며 정쟁화에 나섰다. 전씨 일파가 온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 퍼붓는’ 걸 뻔히 보면서도 방조하던 언론이 아예 대놓고 공조하는 모양새다.

광화문 집회는 ‘부정선거 규탄’을 내세운 단체의 신청을 법원이 허가하는 바람에 커졌다. 조선일보는 ‘선관위가 정권 하수인으로 비치’고 ‘신뢰를 잃었다’며 연이은 칼럼으로 이들의 터무니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논쟁거리로 키웠다. 집회를 허가한 판사가 이 글들을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회까지 집회의 자유란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하는가. 판사 해임을 청원한 27만명이 던지는 질문이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해도, 정부 공격에 맞장구치느라 ‘정치 목사’의 ‘바이러스 테러’까지 감싸는 게 과연 언론이 할 일인가. 여기엔 조선일보가 대답해야 한다. 

김이택 ㅣ 대기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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