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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코로나 중국 제작설’ 논문이 불신받는 이유

등록 2020-09-22 13:52수정 2020-09-23 02:38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제조설’을 주장하는 옌리멍 교수의 트위터 과거 계정(왼쪽)과 정지 상태의 현재 계정(오른쪽). 트위터 갈무리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제조설’을 주장하는 옌리멍 교수의 트위터 과거 계정(왼쪽)과 정지 상태의 현재 계정(오른쪽). 트위터 갈무리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중국 연구소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해온 옌리멍 홍콩대 전 연구원이 최근 증거를 제시한다며 온라인 논문 저장소(zenodo.org)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내려받기가 53만건을 훌쩍 넘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증거는 진지한 주목을 받지 못한 듯하다. 영어권 주요 언론에선 간간이 검증 기사가 실리지만 대체로 무시하는 분위기다. 가짜뉴스 차단 정책을 펴는 트위터는 옌리멍 계정을 정지하는 조처까지 했다. 그의 논문은 왜 신뢰받지 못하는 걸까?

논문을 내려받아 살펴봤다. 다행히 생화학자 남궁석 박사가 국내 언론매체에 쓴 자세한 논문 해설의 도움을 받아 꾸역꾸역 읽다 보니 어렴풋이 그 이유가 눈에 들어온다.

논문에서 옌리멍은 과학저널 <네이처>와 싸우고 있었다. 인공제작설을 입증하려면, 먼저 자연기원설을 가리키는 <네이처>의 논문 여러편을 반박하고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첫 관문은 지난 3월 중국 연구진이 야생 박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비슷한 바이러스(RaTG13)를 발견해 두 바이러스의 유전체 유사성이 96%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한 <네이처> 논문이다. 인공제작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조상이 될 만한 바이러스가 자연에 없으며, 그래서 지금의 바이러스는 중국 연구소에서 다른 바이러스를 조합해 만든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옌리멍 논문에서 이 논문은 가장 먼저 반박되어야 했다.

그런데 반박의 분량은 짧았고 방식은 허술했다. 옌리멍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온라인 공개 논문들과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제시하고서 <네이처> 논문을 신뢰할 수 없다며 아예 비교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어 옌리멍은 유사성 87%의 다른 박쥐 바이러스들(ZC45/ZXC21)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본 뼈대로 제시한다. 여기에다 인간세포에 결합해 감염력을 높이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그리고 특정 염기서열을 삽입해 지금의 바이러스가 제작됐다는 것이다. 인공제작설로 가는 징검다리에는 많은 추정과 단정의 표현이 있다.

옌리멍 논문에 인용된 참고문헌 111건 가운데 2020년 논문 40여편의 절반 이상이 과학계 검증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온라인 논문에서 선택됐다는 점은 주장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는 인공제작설 논문들이 “검열” 탓에 학술지에 실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학술지와 과학자들이 모두 침묵하며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현실감 없게 들린다. 그의 논문이 넘지 못한 것은 검열의 문턱이 아니라 과학자 사회가 구축해온 신뢰 시스템이라는 문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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