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가령 축제, 공연, 사회간접자본 건설같이 공동체를 위해 큰돈이 필요할 때 아테네는 부자가 공적 기부를 하도록 했다. 전쟁 때 3단 노선을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돈도 부자한테 요구했다. 부자들은 기꺼이 의무를 짊어졌다. 자신이 유력한 존재임을 입...
미국 경제가 3월에 12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미국 노동부가 발표했다. 앞서 3개월의 월평균 29만개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탄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게 했다. 이 재평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경제 전문가와 경제부...
내게서 경서 강독 수업을 들으시는 연세가 지긋한 수강생 한 분이 질문을 던지셨다. “사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이것 외에도 여러 인문학 수업을 듣고 있어요. 그런데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힘에 부치더군요. 공부해서 어디에 딱히 써먹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닌데 왜 이리 열심히 수업을 듣나 싶었죠. 이...
1년 전 이맘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에서였다. 매달 한 번씩 초대손님을 모셔 사회적 경제 분야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다. 그달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유 대표는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은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공부가 덜 됐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하...
“‘일해라 절해라’, ‘마마 잃은 중천공’, ‘골이 따분한’ 친구 대신 멘토로 ‘삶기 좋은’ 선배를 만나라. 엄마의 잔소리는 오늘도 빠지지 않는다. 친구까지 들먹이는 건 ‘어면한’ ‘사생활 치매’다. ‘더우기’ ‘일해라’ 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절까지 하라니, 알랑거리며 살라는 건지 헷갈린다. 근데, 마마(엄마)를 잃은 중천...
시가 어렵다고들 한다.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시험 봐야 하니 ‘빨간 펜 들고 밑줄 쫙!’ 그으면서 주제, 소재, 비유법 파악하며 시를 ‘공부해온’ 기존 시 읽기 교육의 악영향이 하나다. 시험문제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시는 소설, 수필보다 어려운 게 맞다. 시언어가 가진 함축성 때문이다. 정서와 상상의 여백을 창조하...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멀리 비춰주세요)/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중략)/ 어긔야 즌데를 드대욜세라(진 곳을 디디올세라).”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井邑詞)다. 행상의 아내가 장사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비는 노래다. 1400년 전 이 곡은 조선시대 음악서적 <...
떠들썩했던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문제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으로 한고비 넘기는 분위기인 것 같다. 카터 장관이 10일 “사드 생산 완료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생산이 완료된 뒤 배치 가능성이나 몇 기를 생산할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그나마 비교적 명료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
4월16일. 재작년까지는 그냥 스쳐 지나갈, 향기 가득한 봄날의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세월호의 비극과 함께 이날은 완전히 다른 날이 되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슬픔, 간절한 염원이 노랗게 가슴을 찔렀습니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이 그토록 취약하게 방치되어 있음을 확인한 나날들이기도 하고요. 세월호는 우...
4월 초에 처음으로 단원고를 찾아갔다. 1년이 지나서야 찾아간 안산 고잔동의 봄날은 1년 전에도 그랬을 것처럼 조용하고 따스했다. 꽃들과 메시지들만 가득한 2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유가족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동하다가 천변에 걸린 노란 현수막에 적힌 한 글귀가 감상에 빠졌던 나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