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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재용 가석방,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등록 2021-08-10 18:25수정 2021-08-10 19:14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 청와대 해명 구차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 반응도 실망스러워
‘공정·정의 가치 실현’ 약속 믿을 수 있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참여연대),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특혜”(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 사안’이라며 이번 결정과 선을 긋는 청와대의 태도를 두고도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법무부의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 발표 직후인 9일 저녁 “입장 발표는 따로 없다.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일로 청와대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법적 형식논리에는 부합할지 모르지만 ‘정치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현행 형법은 가석방의 경우 법무부 장관 소속 심사위원회가 적격 여부를 판단한 뒤 가석방 허가를 신청하면 법무부 장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석방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고, 대통령이 관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인 만큼, 권한 행사의 결과에 대한 정치적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게 맞다.

더구나 이 부회장 가석방 여부는 여러 기관들이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경쟁적으로 벌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컸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는 물론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 정신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아무리 형법 조항을 들어 ‘대통령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설명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가석방이 불가피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6년 전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은 이중의 특혜”라던 ‘국회의원 문재인’의 소신에 찬 발언을 많은 국민이 기억하고 있음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보인 반응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여권 선두인 이재명 후보 캠프는 9일 입장문에서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고 했다. 2014년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가석방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말과 다르지 않다. 이낙연 후보 쪽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대통령 말씀의 행간을 읽어보면 방향은 읽히는 것 같다”고만 했다. 민감한 사안은 피해가겠다는 태도로 보이는데 당당하지 못하다. ‘법치와 공정’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야권 유력 주자들의 반응 또한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윤석열 후보 쪽은 “가석방 결정은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고, 최재형 후보 캠프는 “가석방은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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