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김은혜 홍보수석(왼쪽)과 안상훈 사회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회계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의 보조금 지원을 끊고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도 해주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노조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정확히 비판하고 법률에 근거해 바로잡는 건 정부가 할 역할이다. 문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부풀리고 있는 점이다. 노조를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에서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를 정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광주고법은 월례비 관련 소송에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사실상 임금의 성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지목하고, 건설 사업자 단체에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회계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끊고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도 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회계자료를 각각 38.7%와 24.6%만 제대로 제출했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제출 대상 61곳 가운데 60곳이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쪽 주장의 차이는 노동부가 표지와 함께 속지 1장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양대 노총은 회계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규정한 노조법 14조에 행정관청 보고 의무가 없고 속지까지 내는 건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제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노동부는 과태료 처분을, 양대 노총은 이에 맞서 행정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법리 해석의 차이가 사안의 본질인 셈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20, 21일 이틀에 걸쳐 “지난 5년간 국민 혈세가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양대 노총을 비난했다. 정부 지원금과 노조 조합비라는 별개의 사안을 뒤섞어 공격한 것이다. 정부 지원금의 경우 노동부도 해마다 회계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식의 왜곡된 주장을 할 때마다 일부 신문들은 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