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우리 정부가 대외적으로 유지해온 ‘군사지원 불가능’ 입장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한국이 처한 국제적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런 공개적 언급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국제전략에 맞춘 일방적 요구를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크다. 당장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살상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도록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교전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내 정책을 들어 이를 거절해왔다. 러시아의 안보·경제적 보복 가능성, 특히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 확대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일정 부분 (전쟁) 개입을 의미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이 미국과 폴란드 등을 통해 포탄을 우회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으나,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만큼 민감성과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 형태로 불쑥 꺼내는 방식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이거나, 지난주 미국을 다녀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과 논의를 거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된다. 북핵 해법은 미국에 의존하는 강경론이 도드라지고,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경제 관련 진전은 잘 안 보인다. 미국의 요구는 다 수용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를 통해 한-미 동맹 강화 약속 외에 무엇을 얻는지,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국민 우려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