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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자격 없다

등록 2023-08-19 00:00수정 2023-08-19 00:08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8일 열렸다. 열 가지가 넘는 의혹에 대해 후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과 발뺌,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미 개인정보 보호를 핑계로 대부분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데다, 국민의힘이 핵심 증인 채택을 틀어막은 결과 무기력한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 것은 이 후보자가 무자격·부적격자라는 사실이다.

이 후보자는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논란에 대해 진심 어린 반성이나 사과의 뜻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들 학폭 논란은 그가 후보자로 정식 지명된 지난달 28일 이전부터 문제가 됐다. 수많은 보도가 이어지며 아들이 ‘가해자’로 지목됐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후보자의 행적 또한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청문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제가 그걸 어떻게 확인하나요?” “잘 사는 아이 ‘피해 호소인’ 만들지 말라”고 태연히 말했다. 피해자와 이 논란을 지켜본 국민에게 사과는 고사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최소한의 책임 있는 행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언론관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청문회를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그는 앞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라고 부르며 적대감을 내보인 바 있다. 정권을 칭송하고, 집권자를 찬양하는 신문·방송이 정상적인 언론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뚤어진 언론관은 청문회장에서도 고스란히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은 권력과 자본이 아닌 노조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한국방송 등의) 정파적 보도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그런 시스템을 먼저 교정”하겠다는 위협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권 편향적인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는 과거 이명박(MB) 정부에서도 방송 장악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반성이나 성찰은커녕 ‘공영방송의 책임’ 운운하며 이번에는 더욱 철저히 방송을 장악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청문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왜 ‘엠비 정권 올드보이’를 방통위원장으로 골랐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이동관씨는 방송 장악에 진심인 기술자다. 청문회는 어차피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든 말든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동관씨가 앞으로 벌일 모든 일의 결과적 책임은 윤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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