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회 전 참석자들과 대화하다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지난해 대선 사흘 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내보낸 것을 두고 일제히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그동안 나왔던 비판적 보도 전체를 ‘가짜뉴스’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대통령실은 5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에 대해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전날 같은 인터뷰에 대해 “중대 범죄이자 국기문란 행위”라며 “가짜뉴스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생태탕 사건, 청담동 술자리, 김건희 명품백” 등 과거 논란이 됐던 쟁점들까지 끄집어내 “가짜뉴스 카르텔을 영구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력도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말들은 너무 거칠고 편파적이다. 앞으로 비판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흠이 발견되면 모두 폐간이라도 시키겠다는 건가.
언론 보도가 사실관계에 대한 기본적 확인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는 건 당연한 원칙이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보도가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민형사상 제소 등 우리 사회가 합의해 마련한 교정·구제 절차가 엄연히 존재한다. 지금 여권이 보이는 행태는 이런 합의 수준을 넘어선다. 비판 보도 전체를 싸잡아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고 매체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든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여론 지형을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기세다.
논란이 된 인터뷰의 경우,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김만배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선 언론노조도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인터뷰의 본질적 내용이 조작됐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더구나 두 사람 사이 돈거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드러난 바 없는 뉴스타파 보도 자체를 범죄 행위로 몰아 ‘폐간’ 운운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 뉴스타파가 김만배씨 주장의 진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선 후보 의혹 관련 인터뷰를 내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매체 자체의 존폐를 거론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다. 그런 논리라면, 대선 기간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온갖 전언 수준의 보도를 내보낸 여러 보수 매체부터 존폐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여권이 한시바삐 냉정을 되찾고, 비판 언론에 대한 무리한 공세를 멈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