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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실 ‘대선 공작’ 낙인, 익명 뒤에 숨은 여론몰이

등록 2023-09-06 18:45수정 2023-09-07 10:55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5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대선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 뒤, 여권 전체가 전방위적 여론몰이에 나섰다. 검찰은 6일 김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1년 반 전 방송사들의 인터뷰 인용 보도를 새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연루설’을 제기하며 ‘전선’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일을 어디까지 키우려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뉴스타파의 인터뷰 기사는 지난해 3월, 대선 사흘 전에 보도됐다. 인터뷰 대가로 신씨가 김씨한테서 1억6500만원을 받은 단서가 새로 드러났다고 하나, 경위와 실체는 수사를 통해 규명하면 된다. 뉴스타파도 “취재원과 금전 거래는 저널리즘 윤리상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럼에도 더 따질 책임이 있다면, 민형사상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면서 강경 일변도 급발진이 시작됐다. ‘언론 윤리’ 문제가 느닷없이 대선 정치 공작, 국기 문란 행위로 격상된 것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시점은 2021년 9월이다. 대통령실은 ‘당선자 바꿔치기 시도’라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억측이다. 이는 수사하는 검찰에 판결문을 들이대고 압박하는 꼴이다. 가뜩이나 검찰은 ‘윤석열 사단’ 일색 아닌가.

방심위의 긴급 심의도 어처구니없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엄중 조처’를 예고하자, 다음날 곧바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 정연주 전 방심위 위원장을 해촉한 이유가 바로 이건가. 기사 가치·비중에 대한 판단은 언론사 고유 영역이다. 언론사 판단을 비판할 순 있지만, 인용 보도에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건 겁박이다. 특정 언론에 대한 집중 공격은 언론 전반의 비판적 보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언론 세상이 이런 것인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사실관계는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 윤곽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실이 나서 정치적 이슈로 키우고, 사건 성격을 규정지어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 앞에서 성명을 읽고도 자기 이름을 가려 달라 했다. 기상천외한 ‘고위 관계자 익명 성명’은 대선 공작 주장이 그만큼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논란, 홍범도 흉상 철거 등 스스로 만든 악재에서 벗어나려 온갖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다. 냉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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