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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만배’ 보도 언론 향해 “사형”, 여당 대표 비상식적 막말

등록 2023-09-11 18:08수정 2023-09-12 02:38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상식 밖의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11일, 지난 대선 직전 뉴스타파 등 언론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과거 이승만 정권 당시 3·15 부정선거에 빗대어 극형에 처해야 할 범죄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 7일에도 ‘사형’을 들먹이며 관련 보도를 거칠게 매도한 바 있다. 집권 여당 대표가 막말을 앞세워 여론몰이 최전선에 나선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만배 녹취파일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허위 사실을 만들어내고, 이를 대선 사흘 전부터 마구 퍼나른 행위는 치밀하게 기획된 대선조작”이라며 “바로 그런 이유로 3·15 부정선거의 주범이 사형에 처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요컨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김만배 녹취파일’을 대선 직전에 보도하도록 소속사에 제공한 행위, 또 이를 인용한 여러 언론사의 보도가 과거 3·15 부정선거와 같은 조직적·계획적 중대 범죄라고 주장한다.

얼토당토않은 억지와 궤변이다. 3·15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권 차원의 범죄였다. 1960년 대선에서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은 이승만·이기붕을 정·부통령에 나란히 당선시키려고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이런 사실이 들통나면서 4·19 혁명이 일어났다. 당시 부정선거를 기획·지휘한 최인규 내무장관은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리고, 체포된 시위대·학생들에게 ‘공산주의자’라며 고문을 하는 등의 책임을 물어 5·16 쿠데타 이후 ‘혁명재판’을 거쳐 처형됐다. 이렇게 과거 독재정권이 저지른 선거 범죄와 언론의 유력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나란히 비교하는 것부터가 몰상식한 것이다. 김 대표가 판사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김만배 녹취파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7일 시작됐다. 그런데 김 대표는 날마다 “1급 살인죄”, “반역” 등의 막말을 쏟아내니, ‘여당발 수사 지휘’를 하려는 것인가.

지난 5일 대통령실이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앞세워 “대선 정치공작”으로 규정하자, 이틀 뒤 김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범죄”라며 파장을 더욱 키웠다. 김만배 녹취파일 의혹을 고의로 확대해 채 상병 수사 외압, 홍범도 흉상 철거 등 불리한 이슈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집권 여당 대표가 고작 대통령실 확성기 노릇을 하는 건 몹시 민망한 일이다. ‘여의도출장소장’이란 굴욕적인 별명을 언제까지 듣고 있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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