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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뉴스타파 인용’ 방송사 중징계, 과도한 재갈 물리기

등록 2023-09-25 18:20수정 2023-09-26 02:39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5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한국방송(KBS)과 제이티비시(JTBC), 와이티엔(YTN)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법정 제재다. 언론 자유의 암흑기로 불린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민주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중징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고위 관계자 성명’이라는 이례적인 형식을 빌려 뉴스타파 보도를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자, 방심위는 곧바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 보도에 대해 긴급심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방심위의 명운을 걸고 철저하게 심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 뒤인 12일에는 중징계를 전제로 제작진의 의견 진술을 듣기로 했고, 19일에는 방송심의소위에서 야권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방송통신위 설치법)해야 하는 ‘민간 독립 기구’인 방심위가 대통령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졸속 ‘정치 심의’를 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애초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김만배씨와 거액의 돈거래를 한 것은 분명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그 돈거래가 뉴스타파 보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방송규제 당국이 최고 수위의 법정 제재를 내리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방심위는 최근 여권 우위로 재편된 뒤 언론 길들이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한국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등에 대해 무더기로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법정 제재를 받게 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감점을 받게 된다. 방송사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를 비판하거나 권력자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노리는 바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녕 언론이 불이익을 우려해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는 나라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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