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4년 예산안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개발(R&D) 예산을 16.6%나 삭감하고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전망치(4.9%)보다 크게 낮은 2.8%로 억제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13일부터 국회 심의가 본격화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5대 분야 40대 증액 사업’을 제시하며,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 예산도 증액해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삭감에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조금 늘려, 증액하는 시늉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31조1천억원에서 25조9천억원으로 5조2천억원이나 줄여 국회에 보냈다. 6월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하루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 예산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심사숙고할 겨를 없이 기관별로 일률 삭감하다시피 해 정부안을 마련했다. 이에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이어져왔다.
국회의 예산 증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의 예산 증액 방침은 정부로 하여금 수정예산안을 내도록 하는 대신, 여당이 나서서 증액을 주장하고 정부가 수용하기로 조율했음을 뜻한다. 애초 무리한 삭감을 지시한 일에 윤 대통령이 사과부터 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얼마나 증액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소폭 증액하고, 충분히 보완했다고 우길 것 같아 걱정이다. 국민의힘이 이날 제시한 5대 증액 분야(인구구조 변화, 사회 양극화, 경기둔화, 사회불안 범죄, 기후위기) 가운데 ‘경기둔화 대응’ 분야 증액의 한 항목으로 연구·개발 예산 증액을 보고 있다는 점이 그런 염려를 키운다. 유의동 정책위원회 의장은 “일부 언론에서 연구·개발 예산 ‘복원’이란 표현을 자꾸 쓰는데,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기둔화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농어업도 살리고,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연구 투자도 강화하겠다며, 이공계 장학금 지원 확대, 대학연구기관 신형 기자재 지원 확대, 산학협력 강화 등을 거론했다. 지원 항목이 몇개냐보다 되살리는 액수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를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기술 혁신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명심하고, 다시는 그런 생각이 짧은 결정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