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른바 ‘여권 고위 관계자’가 한 장관의 이름을 콕 집어 여러 언론에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18일 비대위원장 후보 인선과 관련한 긴급 당협위원장 회의를 앞두고, 대통령실이 서둘러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금 정상적인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1년9개월여 전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체제만 벌써 세번째다. 늘 비대위 체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온 국민이 안다. 윤 대통령의 무리한 ‘당정일체’ 욕심이 화근이다. 당원이 선출한 대표를 마음에 안 든다고 내쫓고, 당무에 시시콜콜 개입해 ‘여의도 출장소’로 만들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 때는 원인 제공자를 기어이 출마시켰다가 참패를 당했다. 최근 사퇴한 김기현 대표보다 더 큰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 그래서 종속적인 당정관계를 수평적인 쪽으로 바로잡는 것이 여당 혁신의 1번 과제가 된 것이다.
한데, 그런 역할을 수행할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 장관이 어떤 사람인가. 윤 대통령과는 호형호제하는, ‘윤석열 사단’의 적장자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의 분신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힘이냐”, “당정일치로 성공한 정부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게다가 완전한 정치 초보다. 의정은 물론 정당 활동도 경험이 전무하다. 장관으로서 보여준 모습은 야당 의원들을 향한 야멸찬 공격이 대부분이다. 가뜩이나 상대를 악마화하는 혐오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데,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한 장관이 무리해서 법무부로 가져간 인사 검증은 판판이 구멍이 뚫려 결격 후보자를 잇따라 양산했다. 윤 정부 국정 난맥상에 다른 어떤 장관보다도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책은커녕 실질적인 여당 대표로 앉히겠다니 말이 되는가. 김기현·장제원 등 ‘친윤’ 떠난 자리에 ‘찐윤’ 온다는 말이 돌더니, 민심에 역행하는 ‘한동훈 비대위’가 눈앞이다.
비대위원장 추천권자인 윤재옥 원내대표는 앞서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총선 승리의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자격 미달이다. 그런데도 ‘윤심’에 맞춰 강행한다면,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