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 지시 여부를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조사를 앞둔 검찰 수사관 백아무개씨가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백씨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으로, ‘하명 수사’ 여부를 밝혀줄 열쇠를 쥔 인물로 알려져왔다. 수사를 둘러싸고 이런 불행한 일이 자꾸 발생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백씨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등을 수사 중인 울산경찰청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 일로 울산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았고 1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의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가 최근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거나 ‘검찰의 별건 수사를 받았다’는 등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검까지 실시했으니 수사기관은 그의 죽음을 놓고 더 이상의 억측이 나돌지 않도록 서둘러 진상을 밝혀야 한다.
‘하명 수사’ 여부에 대해선 보도가 쏟아지지만 주장은 엇갈린다. 일부 언론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청와대 첩보를 받기 전부터 김기현 시장에 대한 정보보고를 지시하는 등 청와대 특명을 받고 기획수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황 청장이 지난해 1월 송철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등과 따로 만났다는 주장도 폈다. 황 청장은 ‘저급한 허위 보도’라며 “검찰이 여론 조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검찰의 ‘혐의 흘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초 울산경찰청이 측근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고발 대상자에 김 시장도 포함돼 있었으나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바꿔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울산지검이 김 시장 비서실장의 비위 첩보를 내사하다 경찰 수사 사실을 알고 중단했다는 보도도 했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다.
검찰은 이른바 청와대 ‘백원우팀’의 선거개입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인 반면, 경찰은 당시 압수수색에 검찰도 수긍해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놓고 이제 와서 선거개입 수사라는 건 자가당착이라 반박한다. 당사자인 김기현 전 시장은 2일 경찰과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며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고, 자유한국당은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여당 한쪽에선 검찰이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한다. 검찰의 ‘정도 수사’를 다시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