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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래 비전’ 없는 미래통합당, ‘도로 새누리당’ 아닌가

등록 2020-02-17 18:53수정 2020-02-18 02:13

국회 의원회관에서 17일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인사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17일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인사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분열했던 보수 진영을 아우른 보수통합당이 공식 출범했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전진당 등은 17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출범식을 열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성취하고, 대한민국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탄핵을 둘러싸고 갈라선 지 3년 만에,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보수 세력이 4·15 총선 58일을 앞둔 시점에 정권 심판을 명분 삼아 ‘탄핵의 강’을 건넌 셈이다.

113석으로 몸집을 키운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맞설 보수 세력의 명실상부한 대표 정당을 자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통합의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던 ‘보수 혁신’은 실종됐다. ‘미래 비전’도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임박한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급조된 ‘묻지 마 통합’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바른미래당을 떠나며 ‘보수 혁신’을 내걸었던 새로운보수당은 뚜렷한 성과 없이 창당 한달여 만에 미래통합당에 몸을 실었다. “자유한국당이 지금 개혁됐느냐”던 유승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통합에 길을 터줬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그대로 옮겨왔다. 황교안 대표가 통합당 대표를 맡고, 다른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7명이 통합당 최고위원이 됐다. 또 자유한국당의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통합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각각 맡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새로운보수당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 등 4명이 통합당 최고위원에 합류했지만, 결국은 박근혜 시절의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더욱이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괴물 집단” 등 망언을 쏟아낸 김순례 최고위원이 그대로 최고위원직을 승계한 건 미래통합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5·18 망언으로 비난받은 이종명 의원을 제명한 뒤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보낸 점까지 고려하면, 다수 의석 확보를 위한 보수 세력의 꼼수가 총동원된 통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민주 사회에서 정당의 이합집산은 정치적 자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반문재인 정서’에만 기대서 묻지 마 식 통합으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유권자를 너무 얕잡아보는 행동이다. 미래통합당이 출범 이후 발표한 첫 총선 공약은 몹시 수구적이다.

미국 핵전력의 한반도 주변 상시 배치,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을 위한 한미연합군 작전계획 수립, 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 전시작전권 전환 유보 등 냉전적 대결을 부추기는 내용으로 채운 건 실망을 넘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미래통합당은 아무리 ‘미래’를 당명에 넣었어도 사실상 ‘도로 새누리당’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보수 혁신이나 미래 비전 없이 표만 달라는 얄팍한 셈법은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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