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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은 여론전 말고 법과 증거로 시민 판단 받아야

등록 2020-06-11 21:22수정 2020-06-12 02: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적절성을 검찰 외부 각계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결정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적절성을 검찰 외부 각계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결정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수사와 관련해 검찰 외부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기소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이 부회장 쪽이 지난 2일 심의위 소집을 요청했고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가 11일 열려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검찰총장은 시민위 결정에 따라 심의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심의위에서 시민들의 수사·기소 참여라는 의미에 합당하게 엄정한 심의와 정의로운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2018년 검찰 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심의위 제도는 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받지는 않지만 검찰권 행사에 시민이 직접 관여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다. 그동안은 검찰 스스로 소집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이 부회장 쪽이 전격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 의도야 어떻든 재벌의 불법승계라는 중대한 의혹의 수사·기소 문제를 시민들이 직접 다루게 된 점은 의미가 크다. 재벌 총수 수사는 과거 검찰권 행사의 왜곡으로 숱한 논란을 빚었던 게 사실이다. 일반 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관심이 높고 삼성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인 만큼 심의위가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법과 원칙, 객관적 증거만이 판단 기준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펼치는 여론전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도 잇따라 보도자료를 내면서 경제 위기론, 삼성 역할론 등을 강조했다. 수십년 동안 총수 개인의 불법행위를 가리는 데 동원해온 논리다. 이런 시도가 혹여라도 심의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제도의 의미가 빛을 잃게 된다.

심의위의 절차와 형식에서도 불필요한 잡음이 일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당장 심의위원장의 적격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양창수 위원장이 대법관 시절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다수 의견 쪽에 섰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건이었던 만큼 공정성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양 위원장 스스로 이 사건을 맡지 않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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