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왼쪽 셋째)과 의원들이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 들머리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을 막아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9일 체포된 데 이어 검찰이 중앙당사 압수수색까지 시도하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하며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당사에 집결하며 장외투쟁 진용을 갖췄다.
이날 오전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선 “당분간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김 부원장에게 흘러간 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김 부원장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지자, 당 곳곳에서 혼돈과 격앙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당사 압수수색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검찰의 급발진’으로 받아들이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김의겸 대변인은 “김 부원장은 (10월)11일 처음으로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김 부원장이 당사 8층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온 것은 딱 세번이다.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진 윤석열 정부가 정치쇼를 탈출구로 삼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당혹감은 현장에서도 읽혔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 호승진 부부장 등 검찰 관계자 9명이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려 하자,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의원 10여명이 급하게 달려와 막아섰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이 “민주당에 대한 압수수색이며 국정감사에 대한 도발”이라며 반발하자 호 부부장검사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고 오로지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수사하다가 불법자금이 발견돼서 대상자의 사무실과 책상만 국한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민주당은 ‘내일 낮에 당 소속 변호인단이 배석한 가운데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증거물들을 임의제출하겠다’는 절충안을 검찰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밤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놓고 검찰과 민주당의 대치가 계속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검찰은 일단 “법률에 따른 원칙적 법집행”을 공언하며 이날 밤 11시께 철수했다. 이재명 대표의 한 측근은 “검찰이 이런 그림을 그리고 덮쳐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급발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표 쪽에선 검찰이 이 대표 쪽으로 수사의 초점을 몰아가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로 유 전 본부장에게 위증을 강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과 지인의 접견이 잇따라 거부된 점을 들어, 검찰의 회유·협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검찰이 위증교사를 했다고 보고 있다”며 “측근들을 연결고리로 이 대표를 압박하려는 포석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후 민주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집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대치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당직자를 중심으로 조를 짜 당사 주변을 지키기로 했다. 국회의원들도 비상망을 구축하며 대비태세를 갖췄다. 김의겸 대변인은 검찰 철수 뒤 브리핑에서 “영장의 유효기간은 통상 1주일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검찰이) 영장을 집행하려 할지 알 수 없다”며 “최소한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검찰의 영장 집행에 대비할 생각이다. 한 발자국도 당사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장외투쟁 및 국정감사 참여 여부를 포함한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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