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밤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놓고 검찰과 민주당의 대치가 계속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에서 지난해 수억원대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흘러간 용처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대표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대선자금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격하게 반발하며 국회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19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원 영장을 받아 김 부원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부원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오후에는 검사와 수사관 9명을 보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제1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정치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행태”라며 수사팀을 막았고 8시간 대치 끝에 이날 밤 11시께 검찰은 철수했다. 수사팀을 이끈 호승진 부부장은 “법률에 따른 원칙적 법집행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지만, 금일은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안전 사고 우려 등을 고려해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9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했고, 이후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에서 수억원이 건네진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쓰이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체포영장에 2021년 4~8월 대선자금 8억원을 전달했다’고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이 제1 야당 대표 최측근을 전격 체포하는 데에는 유 전 본부장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검찰은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로 유 전 본부장을 추가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대장동 1차 수사 당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은 6개월 연장된 구속기간이 만료돼 19일 자정께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전날 열린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유 전 본부장을 회유·협박하는 것 아니냐” “진술 대가로 석방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별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한겨레>에 “검찰이 대장동 재판과 위례 재판을 합쳐달라는 병합신청을 법원에 하면서 구속해달라는 의견서는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정치자금 얘기는) 내가 관여하지 않아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김 부원장과 통화한 사실이 지난 1월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이에 김 부원장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당사자와 통화한 일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입장을 내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 부원장은 이날 검찰에 체포된 뒤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불법자금 수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모든 방법을 다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대장동 1차 수사 당시 이 대표 쪽으로 올라가는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김 부원장 체포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을 맡긴 최측근이다. 최근에는 당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임명했다. 지난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 측근으로 거론되자, 이 대표는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며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당사에서 소속 의원과 당원,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검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의겸 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수억원을 받은 혐의라지만 당사자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엇갈리는 주장 속에 사건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당분간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회유·협박 정황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에 불신을 드러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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