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임기를 마치고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가기 위해 서울역 광장에 들어서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을 향해 “안보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 중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1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하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월북 판단’의 주체는 대통령 자신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고도 했다. 검찰의 수사가 ‘월북몰이’라는 결론을 정해 놓고 부당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서해 사건을 은폐한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됐지만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문 전 대통령은 “안보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문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대독한 뒤 “국정감사와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많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를 자행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문 전 대통령이) 밝히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 전 장관은 제복 입고 30년동안 대한민국을 지킨 군인이고 서 전 실장은 대공 업무에 수십년 헌신한 분인데 그런 분들을 정치보복에 이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단 사실에 대단히 자괴감이 들고 군과 대공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며 “(문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그런 걱정들 속에서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풀이했다.
문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입장문>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입니다.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하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되었습니다.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있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입니다.
이처럼 안보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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