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9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에서도 최고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구속 여부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필요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서 전 실장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서해 사건이 발생한 2020년 9월 말 해양경찰청과 국방부에 ‘월북 판단 지침’을 내리고, 국방부와 공모해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합동참모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고 서훈 실장과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 삭제 등을 모의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25일 서 전 실장을 불러 서해 사건 당시 대통령에게 어떠한 내용을 보고했고, 대통령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 문 전 대통령 보고·지시 내용을 자세히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 쪽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첩보 자료 삭제 등을 지시한 사실도 없고,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 지시를 받거나 청와대 내부에서 자료 삭제를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상황에서 검찰이 상급자라 할 수 있는 서 전 실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의도에 주목한다. 검찰 수사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당시 청와대 안보라인 최정점인 서 전 실장 구속수사를 통해 수사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 국가정보원, 국방부, 통일부 등이 동원된 이 사건은 관련 정부부처가 ‘자진 월북’이라는 문재인 정부 때 판단을 ‘자진 월북 증거는 없다’고 뒤집으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앞서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서 전 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결국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한 중간단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세 번째 구속영장을 발부할 지도 관심사다. 전 정부의 북한 관련 정보 해석과 판단을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 의견이 엇갈리는데다, 앞서 서욱·김홍희 두 사람이 구속수사를 받다 석방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서 전 실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귀국하는 등 구속수사 요건인 도망 우려도 극히 낮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달 2일 오전 10시 김정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맡는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해 사건 주요 피의자 두 명이 구속됐다 풀려난 상황이라 서 전 실장의 구속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면 검찰로서는 한숨 돌리는 것이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주요 피의자 세 명이 잇따라 풀려나는 상황이라 수사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 성패가 달렸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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