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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퍼주고 뒤통수”…윤석열 정부 대일외교에 비판 쏟아져

등록 2023-03-29 04:00수정 2023-03-29 17:57

일본, 초등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강제동원 강제성 축소·독도 영유권 강화
2023년 3월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이날 오후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연합뉴스
2023년 3월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이날 오후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나온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 “퍼주고 뒤통수 맞은 격”이란 말까지 나온다.

외교부는 28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 세대의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선의’에 기대 정부가 섣불리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를 준 터라 강력하게 항의할 여지를 스스로 좁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제3자) 해법’을 통해 일제의 조선인 강제동원이 ‘강제성을 지닌 불법 행위가 아닌 일상적인 노무동원’이란 일본 쪽 주장을 받아들인 탓에, 일본이 ‘강제성’을 부인해도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를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남 교수는 독도 문제에 관해서도 “지난해 12월 일본이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국가안보전략 등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면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며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핵·미사일 위협 등을 앞세워, 안보 문서 개정과 관련해 ‘일본 쪽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급하게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며, 앞으로 한-일 관계 갈등의 책임을 떠안게 되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희식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정부는 한-일 관계를 풀겠다며 강제동원 해법을 서둘러 발표했다. 하지만 이제 국내 반대 여론에 밀려 해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일본 쪽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일 관계가 ‘궤멸적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게 됐다”며 “일본 쪽이 한국민의 감정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실을 잘못 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탓’이라고 공격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거사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사과 없이 굴욕외교에 나설 때부터 예상했지만, 이토록 치욕스러울지 몰랐다”며 “민주당은 예정대로 대일 굴욕외교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이번주에 제출하고, 관련 상임위별 청문회 개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것이 윤 대통령이 주창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냐. 입이 있으면 일본의 적반하장에 대해 말해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군국주의적인 사고 틀에서 못 벗어난 일본 잘못이지, 이게 한-일 정상 회담 결과가 잘못돼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한 영남 중진 의원은 “국민이 빈손 외교라고 비판하는데, 일본 교과서 문제까지 터지니 이제 뭐라고 해명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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