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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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을 이어온 이 대표가 전날 병상에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직접 ‘부결 요청’을 했는데도 상당수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향후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 대표 앞에 놓인 1차 관문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의 수’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된다. 법원 역시 혐의를 인정한 것인 만큼 ‘자신의 구속 가능성이 두려워 단식과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을 했다’는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는 안팎의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민주당의 미래도 극도로 불투명해진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이 이재명을 버려서 구속됐다’는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발로 당이 분당까지 향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가 구속되면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민주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 거듭날 수 있다고 보는 게 비이재명계의 견해다. 일각에서는 비명계가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40명에 가까운 ‘세력’을 확인한 만큼 분당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꾸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는 정치적 리더십 복원은 물론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가 완전히 날아오른다”고 전망했다. 검찰과 자신을 영장심사로 떠민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역공과 숙청’을 취할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친명계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이 대표가 ‘검찰 독재’에 합세한 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천 쇄신을 벌이고, 그 빈자리에 원외 친명 인사들을 이식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의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가 리더십을 단번에 회복하기에는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입은 상처가 매우 크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본인이 했던 약속을 뒤집고 민주당을 부결로 떠미는 모습들로 인해, 의원들이 이 대표의 ‘리더 자질’ 자체를 재평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는 ‘(이 대표가) 당을 방탄으로 내몰고 본인은 살려고 한다’는 의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며 “단순히 ‘이 대표가 싫다’가 아니라 이 대표의 리더십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지지율과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지도부를 모두 교체하고 ‘제3의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