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19 군사합의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효력정지시킬 정도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명예졸업장 수여는 “잘못됐다”며 “다시 따져보겠다”고 했다.
신 후보자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9·19 군사합의와 관련해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북한에만 유리하고 우리한테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며 “장관이 되면 관련 부처를 설득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폐기까진 못 해도 효력정지는 시킬 정도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것으로, 비핵화와 남북 간 적대행위 중지 등 군사 분야 등 5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앞서 신 후보자는 이 합의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신 후보자는 ‘9·19 군사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거듭했다. 그러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0~2018년 북한이 침투하거나 국지 도발한 사례가 264건이나 되지만, 2020년과 2021년엔 국지 도발이 1건씩이었다”며 “9·19 합의가 있어서 북한이 도발하고 싶어도 못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신 후보자는 “대북심리전은 북한을 억제할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대북심리전 재개 뜻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육사가 홍범도 장군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장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북한 공산주의와 싸워 나라를 지킨 육사에서 홍 장군에게 (명예)졸업장을 준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졸업장 문제는 다시 한번 잘 따져보겠다”고 했다. 육사의 홍 장군 흉상 설치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시, 당시 대통령의 의지로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군 홍범도함 명칭 변경은 “제가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변경 권한이 해군참모총장에게 있다’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 “과정을 잘 몰랐다”고 물러섰다.
이날 청문회에선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 무마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 공방도 벌어졌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당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보고를 받은 뒤 연 회의에서 광역수사대장이 메모한 내용을 공개했는데, 여기엔 ‘안보실→VIP(대통령)→장관→피혐의자 빼라 해병대’라고 적혀 있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을 대통령이 관여한 것처럼 발언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서자, 김 의원은 “문서를 갖고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왜 문제 삼느냐”고 받아쳤고, 이들 간 고성이 커지며 청문회는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관련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신 후보자는 5·16과 12·12 쿠데타 옹호 발언,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문제” 등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막말을 “표현하는 언어가 과했다”고 사과했다. 다만, 신 후보자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자연인 신분으로 한 말”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에 굉장히 비판적인 생각은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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