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현행 헌법 전문(前文)에는 이처럼 3·1운동과 4·19혁명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명시돼 있다. 청와대는 여기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청와대가 헌법 전문에 기존 3·1운동과 4·19혁명에 이어 부마항쟁 등 세 가지 역사적 사실을 담기로 한 것은 이들 민주화운동이 오늘의 한국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 징검다리라는 인식에 바탕한다.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에 맞서 부마항쟁에 나섰고,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과 탱크로 진압했지만 이는 10·26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어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자 학생과 시민들이 궐기한 것이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다. 이러한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정신은 1987년 6·10항쟁으로 이어져,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다. 4·19혁명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부마항쟁은 박정희 독재정권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을 타도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실현한 결정적 이정표들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이들 세 가지 사건과 촛불 시민혁명을 새로 만들 헌법 전문에 반영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이번 개헌안에서 촛불 시민혁명은 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촛불 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마항쟁, 5·18, 6·10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은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명시하는 효력을 지닌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김종철 부위원장(연세대 교수·헌법학)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헌법학자로서의 의견임을 전제로 “이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을 열거하면서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헌법의 기본적인 가치로 선언하게 되면, 국민의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현행 헌법에서도 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며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1960년에 일어난 4·19혁명 이후에 발생한 세 가지 역사적 사실을 추가한 것은 헌법에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환수법(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합헌으로 판단할 때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규정한 헌법 전문에 근거해 친일과거사 청산은 헌법적으로 부여된 임무다. 친일재산 소급박탈이라는 이례적인 경우는 헌법 이념에서 용인될 수 있다”며 헌법 전문을 주요 근거로 삼은 바 있다. 이 판례에서 보듯 세 가지 역사적 사실이 헌법 전문에 담기게 되면, 정권의 부당한 권력 행사나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헌법의 규범적 효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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