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 헌법 전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 수석 왼쪽은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0일 헌법 전문(前文)에 5·18민주화운동 등의 역사적 사실을 명시하고, 기본권과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공개했다. 지난 19일 예고한 ‘사흘간의 개헌안 공개’ 중 첫번째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와 국민이 직접 법안을 낼 수 있는 국민발안제가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고,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고 이번 헌법 개정의 취지를 밝혔다. 조 수석은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어야 한다”며 기본권과 직접민주주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우선 헌법 전문에, 계승해야 할 역사적 사실로 1979년의 부마항쟁,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10항쟁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행 헌법에는 3·1운동과 4·19혁명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명시돼 있다.
청와대는 또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등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현행 헌법의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교육권,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권리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한다.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등의 기본권을 신설해 재해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 규정을 강화했고,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알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 등 정보기본권도 신설했다.
국민주권 강화 차원에서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도 신설했다.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명백한 비리가 확인된 국회의원의 경우 법원의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잃기 전이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국민들이 파면할 수 있게 된다. 조 수석은 “직접민주제 대폭 확대를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국가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공무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 문구를 헌법에서 삭제해 국회가 영장 청구 주체를 넓힐 수 있도록 했다. 또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법원’으로 고쳐 국민참여재판의 헌법적 근거를 부여했다. 김보협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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