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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선교 내세울 때부터 예견된 사태”…제 발등 찍은 황교안

등록 2020-03-18 05:00수정 2020-03-18 13:52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공천 반기’
황 대표 “자체 비례후보” 엄포에도
실질적 개입 불가능해 골머리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중국문화원 앞 거리에서 광화문광장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중국문화원 앞 거리에서 광화문광장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을 코앞에 둔 미래통합당이 예상치 못한 ‘위성정당 변수’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비례대표용으로 창당한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이 ‘핵심 미션’인 비례 공천에서 반기를 들고 나섰지만, 정당법상 다른 정당이어서 손을 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창당 때 ‘꼬리가 머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통합당은 17일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당을 버리고) 자체 비례대표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나섰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중국문화원 앞에서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체 비례대표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통합당과 한국당 사이의 관계를 끊는 초강수를 거론한 것이다. 한선교 한국당 대표에게 ‘비례대표 명단을 수정하라’고 고강도 압박을 가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엄포 말고는 미래통합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정당의 후보 공천에 지도부가 대놓고 개입하면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 수 있고, 보수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비칠 수 있어 여론이 나빠질 가능성도 크다. 이를 의식한 듯 황 대표도 “저희가 최고위원회를 소집할 상황이 아니다. 아마 미래한국당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고 새로운 비례정당을 창당하기엔 시일이 촉박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일(26~27일) 전에 새 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모집 공고까지 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은 채 열흘도 되지 않는다. 황 대표의 말처럼 통합당이 직접 비례대표를 내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병립형 비례대표 당선 의석은 지지율 30%를 가정할 때 6석 안팎에 그쳐 애초 위성정당 창당으로 확보하려던 20석 안팎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사달이 ‘친황(교안)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황 대표로서는 부담이다. 통합당이 자체 비례대표를 낼 경우 친황계 인사들을 전면 배치하기 위해 보수 분열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렵다. 이는 지역구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사정이 얽힌 탓에 당분간 통합당은 간접적으로 당에서 건너간 한국당 조훈현 사무총장과 정운천·김성찬·이종명 의원 등을 통해 비례대표 명단을 수정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당 공관위의 비례대표 명단을 인가해야 할 한국당 최고위는 통합당 출신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이날도 열리지 않았다. 한선교 대표는 “18일 공관위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으나, 공병호 공관위원장은 “이미 발표된 비례대표 순서를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놀랍다. 입시성적표를 고쳐 입학시켜달라는 법은 없다”고 일축했다.

시간도 통합당 편이 아니다. 미래한국당 당헌·당규상 최고위가 비례대표 추천안을 부결하더라도 공관위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공천이 확정된다. 최고위가 열리지 않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마찬가지다. 한국당 정운천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촉박하긴 하지만 시간을 갖고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추천 인사들을) 점검한 결과 일부 문제가 되는 분도 나오니까 (그들을) 제외하고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조정 규모가)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윤곽은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위성정당 반기’의 후폭풍과 부담은 고스란히 황교안 대표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한국당 대표로 한선교 의원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잇따른 무소속 출마 선언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 사퇴 △황 대표가 공들였던 ‘김종인 선대위’ 구상 좌초 등 악재도 겹쳤다. 미래한국당에 의원들을 대거 보내 정당 기호를 끌어올리려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분위기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선교 대표를 내세웠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태이고, 여러차례 경고했는데도 (황 대표가) 듣지 않았다. 황 대표가 직접 총괄선대위원장 지휘봉을 잡았지만 당내에선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김미나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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