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4·15 총선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태영호(태구민) 전 북한 주영대사관 공사를 만나 손가락으로 기호2번을 표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나는 이번 선거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태영호 당선도 책임지겠다.” ‘여의도 차르’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거침없는 ‘필승’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총선 이슈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데다 기대를 걸었던 ‘한강벨트’ 유력주자들의 고전으로 가라앉은 당내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0일 자신을 찾은 강남갑 후보 태구민(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만나 손을 맞잡았다.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을 책임졌기 때문에 우리 태영호 당선도 책임지겠다. 걱정하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말에 태 전 공사는 “천군만마를 얻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확고히 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한때 태 공사의 공천 문제로 “국가적 망신”(김종인), “칼을 꽂는 듯한 발언”(태구민)이라고 으르렁댔던 두 사람은 함께 기호 2번이자 승리를 의미하는 브이(V) 자를 손가락으로 나타내 보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통합당 이재영 후보 격려차 서울 강동을 선거사무소를 방문해서도 “선거의 최종 운명의 시간은 나머지 2주 동안 결정된다. 2016년을 돌이켜 보면 민주당이 1당이 되리라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느냐”며 통합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 대단한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시 전략’을 쓰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도 맹공에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전날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며 “기존 예산을 전용해 코로나 예산 100조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도대체 (기존 예산에서) 어떤 항목을 줄일 건지 말해달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교육비인지, 아랫돌 빼서 윗돌 채우는 식으로 아동수당과 어르신 기초수당을 삭감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는 비판이었다.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김 위원장의 선거 슬로건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두고 “좀 맛이 가신 분 같다. 갈기는 어디를 가느냐, 코로나를 갈아야지”라며 노골적 비난을 퍼부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삼세번의 선거 신화를 써 내려갈지 의심이 깃든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발빠른 경제 화두로 민생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김 위원장의 특기였지만, 지금 같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선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여당의 경기부양책을 마냥 찬성할 수도 없고,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어깃장을 놓기도 어렵다. 한 수도권 통합당 의원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상황이고, 앞장서자니 코로나 경기부양 이슈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2016년 총선-2020년 총선 등 4년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등 핑퐁게임 하듯 좌우를 오간 이력 탓에 예전 같은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6년 재보궐선거에서 탄핵 역풍을 뒤집고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승리했을 때 자신이 선대위원장이었음을 내세우며 “주변에선 뒤집을 수 없는 선거니 포기하라 했지만 결국 이겼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2년 전 새천년민주당이 9석을 차지하며 참패했던 2004년 총선 때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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