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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고용안전망 강화’ 첫발 뗐지만 166만 특고노동자는 빠져

등록 2020-05-11 20:57수정 2020-05-12 02:41

“저소득 구직자에 월 50만원
최대 300만원 구직촉진수당”
한국형 살업부조 첫 지급

예술인 고용보험 법안도 의결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은 유보
‘전국민 고용보험’은 가시밭길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 경제위기’가 현실화하며 최악의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회가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안을 의결한 것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향한 ‘기초’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날도 환노위가 특수고용(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유보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고용안전망을 갖추기까지는 가시밭길이다.

한국형 실업부조 첫 도입은 성과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뜻깊은 성과다. 이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중위소득 50% 이하의 64살 이하 저소득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특히 18~34살 ‘청년’은 중위소득 120% 이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을 완화했다. 애초 정부는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법안을 제출했지만 여야 논의가 늦어지면서 시행은 내년 1월로 미뤄졌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의결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추진방안’에 따르면 연간 지원 규모는 40만명에 이르고 2022년부터는 50만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용보험 혜택 예술인은 5만명

이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고용보험법 개정안)은 2018년 11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했다. 본래 이 법안은 보험설계사·대리운전기사 등 특고 노동자와 예술인들의 고용보험 가입 단계적 확대가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날 환노위는 특고 노동자는 빼고 예술인들에게만 고용보험을 추가로 적용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대통령령에 따라 예술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예술인 5만3천여명(2018년 기준)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방위적인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열린 환노위였지만 정작 국회는 예술인에게만 고용보험의 문을 ‘찔끔’ 열어준 셈이다.

사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핵심은 예술인보다는 최소 166만명(한국노동연구원·2019년 기준)에 이르는 특고 노동자의 일자리 안전망 강화였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에게 “상시적 고용불안에 놓인 특고 노동자를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하라”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만큼, 특고 노동자 보호는 사회적 과제로 뽑혀왔다. 특고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논의는 2007년 본격적으로 시작돼 13년이나 흐른 해묵은 과제이지만 20대 국회는 또다시 이를 ‘차기’로 미루고 말았다.

야당·보험업계 반대로 166만명 특고 노동자는 ‘보류’

민주당은 “야당과 합의 가능한 만큼” 우선 처리하고 21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대를 뚫어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미래통합당은 ‘예술인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보험업계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설계사는 특고 노동자의 약 20%로 가장 비중이 높은데,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당연 가입 대상에 포함되면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통합당 등 야당은 경영계를 대변하며 특고 노동자 고용보험 확대 논의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해왔다. 임이자 통합당 환노위 간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고용주 입장에서 근로기준법과 연계된 부분 등을 포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특고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은 특고 노동자를 고용보험 적용 범위에 포함하되 구체적인 직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단계적 적용을 위한 최선의 방식이다. 다만 새로운 고용 형태가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추가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한 의원의 발의안을 처리한 뒤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차츰 늘리다가 법안에 ‘전면 적용’을 담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20대 국회에서 특고 노동자 문제가 유보되면서 이 역시 멀어졌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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