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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의 끝은 아니겠죠?

등록 2020-12-11 15:13수정 2020-12-12 02:31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법 표결을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법 표결을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1월14일 공수처법이 제정된 지 11개월 만의 일이다. 이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정부·여당은 연내에 공수처를 설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1996년 참여연대가 처음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도입을 요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를 약속했던 것을 생각하면, 24년 만에 이뤄낸 성과인 셈이다.

그러나 역사적 진전에 박수만 치기엔 아직 해소돼야 할 의구심들이 남는다. 먼저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위험성이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공수처는 고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검찰과 사법부를 수사 대상으로 하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다. 여기에 더해 ‘공직자 비리’ 자체와는 거리가 먼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 직무범죄도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공수처가 민주주의의 대전제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둘째는 검찰개혁의 큰 방향성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손에 쥠으로써, 과잉(축소)수사와 자의적인 기소를 통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 초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검찰개혁의 대전제로 삼았다. 그런데 적폐 수사 과정에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은 오히려 확대됐고, 검찰개혁을 위해 설치된 공수처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도록 설계됐다. 검찰개혁의 대전제는 어디에 가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한 권력기관만 두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더구나 마찬가지 검찰개혁의 한 갈래로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폐지됐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턴 경찰도 독자적인 수사(종결)권을 보유하게 된다. 셋으로 늘어난 독자 수사기관이 제도 변화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면 다행이지만, 권한 다툼과 주도권 경쟁에 나설 경우 무분별한 수사로 인한 인권의 침해 가능성만 커지는 셈이다.

마지막은 민주주의 원칙의 훼손이다. 21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야당의 견제 기능은 무력화됐다. 그러나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그것도 자칫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위협할 수 있는 권력기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비록 국민의힘의 거듭된 몽니가 그 빌미를 제공했다손 치더라도, 야당의 비토권 보장이라는 당초의 약속을 저버린 여당의 독주가 합의제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어쨌건 공수처법은 개정됐다. 집권세력은 야당의 반대와 상관없이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일 토대를 완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정부·여당이 앞선 우려에 응답해야 한다. 먼저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야당도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초대 공수처장으로 인선해야 한다. 진통 끝에 설립된 공수처가 설립 초기부터 편향성 시비에 휘말릴 경우, 향후 공수처 수사 결과를 두고도 소모적인 정치 공방만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과 공수처로 패를 나눈 ‘선택적 신뢰’가 여론을 가를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가형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다.

공수처가 검찰과 사법부를 통제하는 기구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어떤 견제장치를 마련할 것인지도 중요한 숙제다.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행정부 내부의 각종 통제 절차에서 사실상 비켜서 있다. 야당의 강력한 비토권을 보장해 여야 간 합의에 의한 설치를 사실상 강제한 당초 법 조항이 중립성을 보장할 거의 유일한 (그리고 강력한) 장치였는데, 공수처 설립 시한을 몇개월 넘겼다고 법 개정을 강행해 이를 없앤 것은 여당이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은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의 완성인지, 이를 바탕으로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검찰개혁 시즌2’를 이행하려는 것인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중장기 로드맵을 인식하고 지금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알아야, 다소 무리해 보이는 정부·여당의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공수처라는 새로운 권력기관이 그 자체로 ‘선’일 리도 없거니와, 집권세력의 ‘선의’만 믿고 따르기엔 국가 형벌권의 재편이 인권의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중대하기 때문이다.

노현웅 정치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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