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30주년 기념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매점매석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함께 공공부문 여유분을 활용하는 등 국내 수급물량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중국 정부의 수출 제한에 따른 요소수 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청와대는 요소수 수급 불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도 “요소수가 없을 경우 화물 물류 쪽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조금 늦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 요소 비료 문제 정도로 생각했고 요소수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는 보고도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해당 부처에서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 조처의 파급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 말 공무원들이 안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번 요소수 관련 대처는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때와 비교된다. 당시 청와대는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들어가는 3대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자, 기업들과 함께 수입 대체선 확보와 함께 국산 소재 개발을 독려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예상되는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치밀한 대응에 나섰다. 반면 이번 요소수 수급 대란의 경우,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 수출제한 조처에 나선 뒤 이달 초 요소수 ‘품귀’ 상황이 벌어진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하고, 그 책임을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공무원의 복지부동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요소수 수급 문제가 불거진 이달 4일에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국내에 요소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국과의 외교적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5일 안일환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하는 요소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청와대가 ‘전세계 공급망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면서도, 정작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물자 수급에는 소홀하게 대처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공급망 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항만을 비롯한 물류대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면서도, 정작 ‘국내 육상 물류’가 멈출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순방 중 ‘공급망 정상회의에서 요소수 문제와 관련해 중국 이야기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중국은 참석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요소수 부족 사태와 관련해 “초기에 조금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아프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자원 안보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대비하고, 국가 전체가 상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일단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요소수 2만7천리터를 군 수송기를 통해 들여오고, 베트남과 약 1만t 규모의 요소 수입 협상 중이라며 수급 불안 심리를 다독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요소 등 수입처 다변화가 필요한 물자 관리방안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을 할 예정이다.
이완 심우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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