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비서와 저녁식사
경찰 조사하고도 공개 안해
경찰 조사하고도 공개 안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논의가 오갔던 술자리에 앞선 1차 저녁식사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연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행정관을 불러 조사하고도 관련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아 의혹이 일고 있다.
8일 경찰과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인 10월25일 저녁 8시께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아무개(30)씨, 한나라당 ㅈ 의원 비서 김아무개(34)씨, 한나라당 ㄱ 전 의원 비서 박아무개(35)씨 등이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한 1차 저녁식사 자리에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아무개 행정관(3급)이 동석했다. 박 행정관과 저녁을 먹은 이들 가운데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와 한나라당 ㄱ 전 의원 비서 박씨는 이후 2차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공아무개(27·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전 비서·구속)씨 등과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공씨와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 사이에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대화가 오갔다.
경찰은 청와대 박 행정관의 저녁식사 자리 참석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까지 했지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7일,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한나라당 ㅈ의원 비서 김씨를 소환 조사한 사실을 언론에 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7일 박 행정관도 경찰청으로 불렀으나, 박 행정관이 강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고, 8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며 “2차 술자리에 참석해 공씨를 만난 것도 아닌데, 이름을 공개하면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있어 알리지 않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박 행정관은 디도스 공격 사건 피의자 공씨와 전혀 모르는 관계이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그동안 범행을 부인했던 공씨가 배후나 윗선 없이 단독으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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