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용사들 없었다면, 나도 없었다”

문 대통령, 전투 기념비에 헌화
가족사 말하며 참전용사에 감사 뜻
“한-미동맹, 전쟁 속에 피로 맺어져”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워싱턴의 미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개마고원에 있는 장진호 일대에서 중국군 7개 사단에 포위된 미 해병 1사단이 악전고투를 하며 중국군의 남진을 지연시킨 전투로, 연합군의 흥남철수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은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과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 흥남철수 작전 관련 인사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헌화식에서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며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 작전에 얽힌 가족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급박한 순간에 그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극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여러분과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고,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 위대하고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넬러 사령관은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의 가족은 우리 해병, 특히 해병1사단과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 인연을 소중히 여겨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념사 직후 인근에 산사나무 한 그루를 심은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더 풍성한 나무로 성장해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미 해병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중계 영상에는 문 대통령의 도착과 헌화, 문 대통령과 넬러 사령관의 기념사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영상은 하루 동안 22만여명이 시청했다.

워싱턴/이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