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군에서 발생한 성범죄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군 경력 5년차 미만의 중사·하사 등 초급 부사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선임 부사관이나 영관급 장교가 많았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군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771건, 월평균 64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여성 성폭력 피해자의 신분은 절대 다수가 20대 초반인 중사·하사(58.6%)였고, 군무원(13.8%), 대위(12.6%), 중위·소위(9.2%)가 뒤를 이었다. 피해를 겪은 중사·하사와 군무원은 대부분 군 경력이 길지 않은 5년 차 미만으로 집계됐다. 남성 가해자는 선임 부사관(50.6%)와 영관장교(23%)가 많았다. 이는 군내 성범죄가 상관의 ‘우월적 지위’를 매개로 이뤄짐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실제 발생 피해의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발생 후 신고 의향을 묻는 질문에 ‘보고 또는 신고하는 방안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답변 비율이 47.1%로 가장 많았다. ‘고민은 했지만 신고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33.2%, ‘고민 중’이라는 응답은 19.6%였다.
군내 성범죄는 2017년 770건, 2018년 692건, 2019년 789건 등 연간 700건 안팎에서 대동소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통계는 입건수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기소건수는 이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예를 보면 실제 기소된 건수는 입건수의 42~45% 수준이었다.
한편, 군내 디지털 성범죄는 2019년 111건에서 작년 145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가해자는 병사(60.1%)와 부사관(24.2%) 순이었고, 대민 접촉이 많은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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