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군, 자정능력 있나…공군 성추행 사건 대응 ‘총체적 부실’ 확인

등록 2021-07-09 14:40수정 2021-07-10 02:36

국방부 합동조사단 38일만에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은폐시도·부실수사·허위보고 책임자 무더기 기소
공군 법무실장 등 핵심 책임자 수사는 여전히 미적
‘제 머리 못 깎는’ 군 수사 특유의 한계 드러내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사죄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사죄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아무개 공군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는 과정에서 군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대응했음이 국방부 합동수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핵심 책임자’ 가운데 하나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 등에 대해선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등 군 수사 특유의 한계도 드러냈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9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에서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사건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이날까지 총 22명을 입건해 10명을 기소했고, 나머지 12명에 대해선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보직 해임된 6명 외에 성추행이 발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장 등 9명의 추가 보직해임을 요청하고, ‘허위 보고’ 혐의가 있는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등 과실이 중대한 이들은 형사 처분과 별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이 발표는 국방부가 지난달 1일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 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38일 만에 이뤄졌다.

국방부의 중간 수사결과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부실 수사, 허위 보고 등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 중사가 피해를 당한 직후 1차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구속 기소)는 차에서 내려 부대로 복귀하는 이 중사를 쫓아와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라고 위협했고, 다음날엔 “하루 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말로 협박을 시도했다. 상사인 노아무개 준위(구속 기소)는 강제추행을 보고받은 뒤에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 너도 다칠 수 있다”는 말로 신고를 하지 말도록 종용했다. 노아무개 상사(구속 기소) 역시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있겠냐”며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신고가 이뤄진 뒤에도 군의 대응은 느리기만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분리가 이뤄진 것은 사건 발생 이후 보름이 지난 3월17일이었다. 그 전까지 이 중사는 여군 독신숙소를 기준으로 1차 가해자인 장 중사 숙소와 960m, 2차 가해자인 노 준위 숙소와는 겨우 30m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 중사는 3개월 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큰 상처를 입고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새 부대에까지 ‘성추행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 중사의 새 상관이 된 대대장(불구속 기소·명예훼손)은 부대원들 앞에서 “새로 오는 피해자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 온다”, 중대장(〃)은 “전입자가 성 관련 일로 추측되는 사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중사를 적극 보호해야 했던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3월5일에 보고 받고도 지침을 위반해 가며 한달 뒤인 4월6일에야 이 사실을 국방부에 알렸다.

이 중사를 결정적으로 좌절의 늪에 빠뜨린 것은 부실 수사였다. 제20비행단 군사경찰은 이 중사의 피해사실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 받고도 가해자인 장 중사를 4월7일에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군 검찰은 두 달 가까이 수사를 뭉개다 5월31일에야 장 중사를 처음 조사했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제20비행단의 담당 수사관 ㄱ 준위, 군사경찰 대대장 ㄴ 중령, 군 검사 ㄷ 중위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또, 5월23일 이 중위가 숨진 뒤 성추행 피해자임을 누락한 채 국방부에 보고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과 중앙수사대장에 대해선 허위보고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군 수사의 ‘한계’도 명백히 드러났다. 특히, 초동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전익수 실장 등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16일 전 실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아직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은 진행하지 못했다. 전 실장은 합동수사단의 거듭된 소환 요구를 거부하다 중간수사 발표가 이뤄지는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 실장은 억울하다며 자신에 대한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합동수사단은 전 실장을 “검찰사무에서 배제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한편, 이 중사의 유족들은 입장문을 내어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엄정한 수사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아직도 그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이 유죄 판결 받았는데 한동훈이 위기 몰리는 이유 1.

이재명이 유죄 판결 받았는데 한동훈이 위기 몰리는 이유

한동훈 “동덕여대 남녀공학 하든 안 하든…폭력 주동자들 책임져야” 2.

한동훈 “동덕여대 남녀공학 하든 안 하든…폭력 주동자들 책임져야”

민주 “가상자산 과세 공제한도 5천만원으로 상향, 유예 없이 시행” 3.

민주 “가상자산 과세 공제한도 5천만원으로 상향, 유예 없이 시행”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굴욕외교’ 비판 피하기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굴욕외교’ 비판 피하기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5.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