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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그땐 항체키트밖에…” 청해부대 집단감염에 국방부의 ‘엉터리 해명’

등록 2021-07-18 16:23수정 2021-07-19 09:44

청해부대 34진 18일 현재 68명 집단 감염 확인
“초기 감염 확인할 수 없는 ‘항체 검사’ 잘못”
전체 대원 검사 결과 나오면 감염자 더 늘듯
서욱 국방장관이 18일 청해부대 대원들을 후송하기 위해 출발 준비를 마친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대원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기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서욱 국방장관이 18일 청해부대 대원들을 후송하기 위해 출발 준비를 마친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대원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기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아프리카 부근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우려했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현실화됐다. 국방부는 부랴부랴 18일 오후 대원들의 후송을 위해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KC-330) 두 대를 현지로 급파한다고 밝혔지만, 적합한 검사키트 등을 지급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날 오전 8시 현재 확진자는 전날보다 61명 증가한 68명이다. 이 중 현지 병원엔 15명이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금까지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나온 101명(양성 68명, 음성 33명)에 한정된 것으로 전체 대원 300여명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현재 중증 환자는 3명이지만, 현지 의료진이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로 후송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현재 장비로 후송이 불가능할 경우엔 전문의료 장비를 갖춘 항공기를 투입하는 등 후속 계획을 검토 중이다.

감염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해외에 파병되는 부대원들의 ‘감염 방지’를 위한 군의 대응에 납득하기 힘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합동참모본부가 그동안 내놓은 설명을 모아 보면, 청해부대는 6월28일~7월1일 함선에 군수물자를 싣는 과정에서 외부와 접촉이 이뤄졌고 10일 감기 증세를 보이는 인원이 늘어나 자체적으로 ‘신속항체검사’를 했다. 이 검사 결과 ‘전원 음성’이 나와 안심했지만, 13일 6명을 대상으로 유전자증폭 검사를 하자 ‘전원 감염’이 확인됐다. 이어, 전대원으로 검사를 확대한 결과 18일 오전 현재 검사 결과가 나온 101명 가운데 3분의 2인 68명이 확진된 것이다. 감염률이 67%인 점으로 미뤄볼 때 남은 200여명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최종 확진자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감염의학 전문가들은 “항체는 감염된 뒤 2주 정도 지나야 생기는 것으로, (청해부대가 사용한) 신속항체검사 키트로는 초기 감염을 감별해낼 수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항체검사 키트를 가져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감염의학에 대한) 문외한이 결정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왜 지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이 부적합한 진단키트를 사용한 검사에서 ‘음성’을 확인한 뒤 안심하고 지내다 전염을 더 확산시키고 격리 시기를 놓치는 등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엄 교수는 “청해부대가 2월에 출국하느라 백신 접종을 못 했다고 하지만, 300명이면 적은 인원이다. 백신 한 박스를 냉동보관으로 군용기에 태워 보내면 끝날 문제였다. 대응이 부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해부대 34진으로 파견된 문무대왕함. 해군 제공
청해부대 34진으로 파견된 문무대왕함. 해군 제공

게다가 국방부는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날 “청해부대가 올 2월 나갈 때는 항원키트가 개발이 안 되어 있었다. 항체키트도 막 개발이 된 상태여서 800키트를 급히 챙겨 나간 것”이라며 “지적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의 설명은 달랐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11일 의료인 또는 검사 전문가용 항원검사와 항체검사 키트를 정식 허가했다. 방역당국은 이틀 뒤 항원검사를 응급실이나 도서지역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용 항원검사 키트는 지난 4월23일 식약처 허가가 났는데, 항체검사 키트는 아직 허가가 난 적도 없다.

국방부는 18일 “청해부대 전원을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며 “함정 교체 병력과 방역·의료 인력 등으로 구성된 약 200명의 특수임무단을 현지로 투입해 청해부대원들을 군 수송기로 안전하게 국내에 후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원들이 국내로 들어오면 다시 한번 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한 뒤 격리 및 치료시설로 곧장 이송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 작전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지 투입된 특수임무단 중 148명은 작전 현장에 있는 문무대왕함과 함께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다.

서혜미 최하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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