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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파병 함정, 우선 접종 대상”이라 해놓고 청해부대는 누락

등록 2021-07-19 17:41수정 2021-07-20 02:45

국방부, 4월 고준봉함 집단감염 뒤 국회 보고
군 당국 “화이자 초저온냉동 수송 어려워”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특수임무단 장병들이 현지공항에 도착해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에서 내리는 모습. 국방부 제공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특수임무단 장병들이 현지공항에 도착해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에서 내리는 모습. 국방부 제공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의 코로나19 감염자가 247명으로 늘었다. 이는 문무대왕함 승조원의 82%에 해당하는 수치로,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불러온 최악의 집단 감염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오전 8시 기준, 승조원 301명 중 24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확진자가 무려 179명이 늘었으며 현지 병원 입원 환자는 모두 16명이 됐다. 중증 환자는 없으며 집중관리가 필요한 중등증 환자는 1명으로 파악됐다.

청해부대 집단 감염이 이처럼 확산한 데는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미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승조원 84명 가운데 32명이 코로나19에 무더기 감염돼 긴급 복귀한 전례가 있음에도 집단 감염이 재연됐고 규모는 더욱 커졌다. 밀접·밀집·밀폐된 함정 내 집단 감염의 위험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문무대왕함이 군수물자를 싣기 위해 외부와 접촉이 있은 뒤 감기 증상자가 나왔는데도 코로나19 검사나 격리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또 8일 만에 승조원 4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신속항체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오자 더 이상 추가 조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 청해부대 34진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아닌 항체 여부를 확인하는 신속항체검사 키트가 보급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18일엔 “청해부대가 올 2월에 나갈 때는 항원키트가 개발이 안 돼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날은 “올해 1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활용하고 유증상자의 경우 의료진이 판단을 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병행하라는 공문 지시를 내려보냈다”고 말을 바꿨다. 감염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항원키트를 지참하라고 지시했는데, 청해부대 34진이 항원검사 키트를 챙겨간 경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먼 바다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원들에게 백신을 공수했어야 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문무대왕함이 출항한 지난 2월에는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30살 미만의 장병들에겐 화이자 접종이 필요하지만, 지난달 보관기준이 변경되기 전까지는 초저온냉동고가 필요해 공급이 어려웠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또 먼 바다에서 작전 임무가 지속돼 아나필락시스 등 접종 뒤 이상 반응에 응급 대처가 제한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군 당국이 청해부대원들의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제대로 완비하고 백신 공급을 검토하는 등 집단 감염을 제대로 준비하고 예방했는지 의문은 남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백신의) 국외 반출 관련해서 세부적으로 (군 당국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비행기를 통해서 백신을 보내야 되고, 또 백신의 유통에 대한 문제나 이런 부분들이 어렵다고 판단해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라고 (우리가)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 관련 구체 협의를 하지는 않았으나, 2~3월께 질병청과 해외파병부대 예방접종 문제를 구두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협의에서 국내 백신 수급 상황과 해외 이송시 콜드체인 유지 문제, 백신 접종 때 사후 관리 문제를 고려해 해외파병부대에 대한 백신 보급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부”라며 국방부의 부실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32명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국방부가 대면 보고에서 해외 파병‧연합 훈련 참가자‧함정 등이 우선 접종 대상”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청해부대는 함정이고 해외 파병이라 정부의 1차 접종 대상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우선 접종하기로 해놓고 후순위로 뺀 것”이라며 “국방부의 말장난을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서욱 국방부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청해부대가 정박해 있는 아프리카 해역 인접국에 급파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가 한국 시간으로 이날 저녁 청해부대 34진 전원인 301명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 전날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수송기에는 이경구(준장)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을 단장으로 해군 148명, 공군 39명, 의료진 13명 등 200명 규모의 특수임무단이 파견됐다.

청해부대 34진 부대원들은 20일 오후 늦게 서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도착 직후 유전자증폭(PCR) 재검사를 받고 전담의료기관 및 생활치료센터, 군내 격리시설 등으로 이송될 전망이다.

김지은 배지현 서혜미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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