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8일 민·관·군 합동위원회 출범식 모습. 국방부 누리집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 위원 6명이 “더 이상 국방부에 개혁을 맡길 수 없다”며 추가로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로서 ‘민간의 지혜를 모아 군의 고질적 문제를 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6월 말 출범한 합동위에서 사퇴한 위원은 두달 새 총 12명으로 늘었다.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주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합동위 위원 6명은 25일 성명을 내어 지난 5월21일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 여성이 세상을 떠난 뒤 “병든 군대 어딘가에서 숨죽여 침묵하고 있거나,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장병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위원회에 참여했고, 이후 “각자 영역에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이를 국방부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제 그 기대를 접는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사퇴 결정의 핵심 이유로 △평시 군사법원법 폐지 △군인권보호관 설치 △잇따른 군 관련 사망사건 등에 대해 국방부와 군이 보여준 신뢰하기 태도 등을 꼽으며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될 의지가 없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평시 군사법원법 폐지와 관련해선 “군 사법제도 개선 분과(4분과)가 오랜 숙의 끝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의안으로 25일 정기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했지만, 국방부는 “2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 4분과 논의 결과를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 사항 검토, 국방부 입장 수렴 등 다양한 의견 논의’라 왜곡해 보고”했고, “25일 정기 전체회의 안건지에서도 명시적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반대’가 국방부의 의견임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합동위 의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군인권보호관 설치에 대해선 위원회가 “출범과 동시에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우선 논의 안건으로 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첫 의결 안건으로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요청과 그 구성원칙 결의안’을 의결”했지만, “국방부는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위원회 권고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권고에 명시된 실효적 권한들이 대부분 빠진 법안에 편승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1일 해군 여중사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18일 위원회가 긴급 소집됐지만 “공동위원장인 국방장관과 출석 요구를 받은 해군참모총장, 피해자 소속부대장, 수사책임자 등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출석하지 않았고, 그나마 출석한 이들도 ‘수사 중인 사안’이란 이유로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런 점들을 두루 열거한 뒤 국방부가 “대통령의 의지에 충실히 따랐다면 합동위는 군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유의미한 플랫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국방부가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며 위원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고, 개혁을 방해했다”면서 국방부의 조직적인 저항을 합동위가 지금과 같은 파행에 이르게 된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전체 80여명 가운데 10명 넘는 위원들이 무더기로 사퇴하면서 9월까지로 예정된 합동위 운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앞선 19일 박은정 합동위 공동위원장은 위원들이 사퇴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성명을 내어 “위원들이 다양한 견해를 표출하는 것은 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우 바람직하다. 위원회 활동은 9월 대국민 보고를 끝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꿋꿋이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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