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장병 중 음압 이송 카트(빨간 원) 등 중증 환자들이 먼저 수송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8일 부대원의 90%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 집단감염 사태는 관련 기관·부서에 모두에게 조금씩 책임이 있다며 ‘경고’ 처분을 했다. 최악의 집단감염으로 작전 중 부대 전원이 조기 귀국한 초유의 사태는 “아쉬운” 보고와 “노력 부족”, 일부의 방역 지침 준수가 “미흡”했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감사 결과’에서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 인사복지실 보건정책과, 합참 군사지원본부 해외파병과, 해군본부 의무실,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 청해부대 34진 등 6개 기관·부서에 ‘경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처분 이유는 “이번 집단감염은 특정 개개인의 잘못에서 야기되었다기보다는 관련된 기관 및 부서 모두에게 각각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국방부는 우선 청해부대 34진이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26일 전인 2월8일 출항해, 백신 접종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전제했다. 다만 이후 부대원들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적극적인 대안 검토가 다소 미흡했다”고 전했다. 이어 청해부대가 파병됐던 오만 쪽 담당자한테서 “오만도 백신이 부족하며, 검역규정상 한국 백신의 반입도 제한된다”는 답변을 받아 현지 접종이 어려웠지만 “추가적인 논의가 부족했다”고도 밝혔다. 국내 백신을 수송해 현지 접종하는 방안은 까다로운 보관·수송 조건과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제한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청해부대에 첫 감기 증상자가 발생한 건 7월 2일로, 아프리카 작전지역 인접 국가에 기항(6월28일~7월1일)한 직후였다. 청해부대가 취침시 마스크 착용 등 거리 두기 및 대책을 시행한 건 5일인데, 감기 증세를 호소하는 인원이 18명으로 늘어난 시점이었다. 국방부는 감사 결과 “청해부대의 대응조치는 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함내 ‘감기 환자’는 9일에는 78명, 11일에는 105명까지 불어났다.
국방부는 또 청해부대 군의관이 증상자들의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 검사했으나 “명확한 폐렴 증상이 보이지 않아 코로나19로 판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청해부대가 ‘감기’라고 판단한 데는 의무사의 원격 진료도 영향을 미쳤는데 감사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합참이 청해부대 ‘감기 증상자’ 발생에 대한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은 부대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95명이 증세를 호소한 7월 10일이었다. 그럼에도 합참은 “청해부대의 감기 판단을 신뢰”해 ‘해외파병업무 규정’에 따라 군사지원본부장까지만 보고한 뒤 종결 처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최초 보고에 대해 합참의 보고체계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병력에 관련된 사항이고 전세계적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면 바로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밝혔다. 합참의장-국방부 장관-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상황이 보고된 건 부대원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인 14일로, 나흘동안 제대로 지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에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아닌 신속항체진단키트를 싣고 간 실책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청해부대는 ‘감기 환자’가 늘어나자 진행한 항체키트검사에서 전원 음성이 나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의심을 접었다고 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은 해군본부 의무실이 구매한 항원키트를 최종 적재하지 못했고, 항체키트만 적재한 상태로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항 이후라도 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해군은 본부의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가 항체키트를 챙겨갔다는 입장에서 청해부대의 착오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바이러스 유입이 이뤄졌다고 추정되는 기항지에서 부대원들의 일탈행위는 없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는 “일부 기항지에서는 함정 근처에 약 100m×30m 가량의 펜스나 울타리를 치고, 외부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선을 허용한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는 장병의 피로도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로 판단했다.
이외 항구에 입항하기 위해 문무대왕함에 승선했던 현지 도선사의 방호복 착용이 기항지별, 도선사별로 제각각이었다고 지적됐다. 국방부는 도선사와 직접 접촉하는 청해부대의 의무·인솔요원은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환경소독을 실시하고 인솔했다고 밝혔으나, 군수품 적재 과정에 투입된 다른 인원 및 물품에 대한 소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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