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군 장병들이 가치관과 정신 상태 측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종섭 후보자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군심을 한 방향으로 모으겠다”는 전날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 질문에 “야전 부대 장병들이 가치관이나 정신 세계에 있어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장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갖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를 강조하면서 장병들의 대적관이 희미해지는 등 정신 무장이 느슨해져 문제라는 뜻으로, 대선 기간 윤석열 당선자가 강조한 ‘북한 주적’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군 간부 입장에서는 보직·진급 문제에서 생각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며 “간부들도 일만 잘하고 능력만 있으면 진급할 수 있다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군 장성 인사에 깊이 개입해 군인들이 진급하려면 정치권에 줄을 대야 한다”고 했던 국민의힘 쪽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후보자는 한미연합훈련 때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실기동 훈련 복원 여부에 관해서는 “훈련을 안 하는 군대는 존재 의미가 없다. 훈련은 군의 기본 임무”라며 “기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복원은) 그런 차원에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실기동훈련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 위주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한미 간 전구급 연합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FTX)을 정상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 핵추진 잠수함이나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 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오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어떤 도발, 어떤 위협을 해올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응하는 위협을 억제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유균혜 기획관리관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선적으로 인사청문회 요청서 작성, 국방부 현황 등 업무보고, 국방 운영 중점안 작성 등 행정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인사청문회 지원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