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미국의 반응이 완전히 딴판이다.
북한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클린턴의 방북에 대해 “조선과 미국 사이의 이해와 신뢰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상당한 의미 부여를 했다. 이에 반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달라진 건 없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조-미 사이의 현안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있게 논의됐다”고 클린턴 방북을 소개했다. 그러나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특사가 아닌) 개인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자 석방과 북핵 협상을 분리대응한다는 미 정부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 이행을 위한 ‘가능한한 최고의 지지’를 얻으러 모스크바에 갔다”고 전해, 미국의 대북제재 기조가 변하지 않았음을 나타내려 했다.
북한과 미국 입장이 이처럼 크게 엇갈리다 보니, 사실관계(fact)도 말이 틀려, ‘진실게임’ 양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북한 언론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부인 성명에 이어 이날 브리핑에서도 “서면이든 구두든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여기자들이 북한에 불법으로 입국한 데 대해 “클린턴이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 고위관리가 “클린턴은 북한에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관리는 클린턴의 방북 배경에 대해 “북한이 (클린턴의 방문을) 요청했고, 미 정부는 여기자 석방 보장과 이번 방문이 핵 이슈와 관련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뒤에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여기자 석방이 곧바로 북-미 화해무드로 받아들여져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느슨해지고 북한이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을 우려해 다소 딱딱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도 이에 아랑곳 않고 의미 부여를 아끼지 않는 건 미국과 국제사회에 북-미관계를 대화로 풀고 싶다는 뜻을 보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문 가운데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견해일치”라는 문구에 대해선 미국이 부인을 하거나 별다른 반대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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