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 전문가 28명에 묻다] 미-중 정상회담과 6자 전망
“우선 과제로 논의”“머릿속 장밋빛 구상” 엇갈려
재개 시점 ‘상반기’ 우세…‘긴급협의’ 성사 부정적
“우선 과제로 논의”“머릿속 장밋빛 구상” 엇갈려
재개 시점 ‘상반기’ 우세…‘긴급협의’ 성사 부정적
매년 남북관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새해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 온 <한겨레>의 설문조사도 올해로 7년째다. 모든 이들이 느끼듯이 2011년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어둡다. 전직 고위관리를 포함해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 낙관적으로 전망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한 전문가는 남북이 ‘포격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이런 대결과 긴장은 이명박 정부 임기중엔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견해도 많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7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설문조사를 벌여 28명으로부터 전자우편을 통해 깊이 있는 답을 받았다. 남북관계와 미-중 관계를 비롯해 북핵 등 6자회담 전망,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 서해 충돌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등으로 나눠 그 내용을 정리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치며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가, 중국은 북한과의 동맹관계가 ‘양날의 칼’이 됐다. 미-중간 동북아에서의 세력 대결이 격화되며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졌지만, 동시에 남북간 대결 구도의 심화는 미·중에 전략적·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 고조가 곧바로 미-중 갈등과 대립으로 투영되는 상황이 됐지만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정세를 풀어나갈 수 있는 동력은 잃어버렸다. 씁쓸한 풍경임에도 한반도의 대주주 노릇을 해온 미·중의 1월19일 워싱턴 정상회담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겨레>가 한반도 및 국제문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한 28명의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뒤 6자회담 재개 등 협상국면 전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 있다’(13명)와 ‘희박’ 또는 ‘상황관리 수준에 그칠 것’(13명)으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전문가들의 진보·보수 성향과는 상관없이, 미-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답변이 달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태규 제주평화연구원장도 미-중 협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미·중이 서로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장밋빛 구상은 머릿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도 “2011년 세계 경제가 안정화의 기조를 보인다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은 새로운 전략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6자회담 재개 시기에 대한 전망을 묻자 ‘판단 유보’ 등이라고 밝힌 응답자(6명)가 유독 많았던 것도 미-중 정상회담의 협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보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큰 틀이 마련된 뒤 그 결과에 따라 6자회담 재개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며 재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물론 회담 재개 시기로 상반기(13명)를 꼽은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상황 안정에 대한 합의가 일정하게 이루어지고 3월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이 무사히 진행돼야”(국책연구소 전문가)라는 등의 ‘조건부’ 응답이 다수였다.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와 관련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미·일이 사실상 거부를 선언한 상태라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긴급’이란 꼬리표를 떼고 “6자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으로(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수석대표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6자회담 전망과 관련해,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동맹 중시 전략은 지속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한국의 방침이 정리되지 않으면 6자회담이 재개돼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다만,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는 “6자회담 재개 때 합의 도달이 어렵더라도 북한과 가능한 대화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며 “그 자체가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문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와 관련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미·일이 사실상 거부를 선언한 상태라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긴급’이란 꼬리표를 떼고 “6자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으로(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수석대표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6자회담 전망과 관련해,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동맹 중시 전략은 지속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한국의 방침이 정리되지 않으면 6자회담이 재개돼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다만,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는 “6자회담 재개 때 합의 도달이 어렵더라도 북한과 가능한 대화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며 “그 자체가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문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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