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마주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군인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군의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왜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느냐”는 등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히려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군 작전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체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로 볼 때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 대응사격을 했어야 하나
북한군 4명은 13일 사건 당시 귀순을 시도하던 북한군의 뒤를 쫓으며 권총과 AK 소총 40발을 쐈지만, 우리 군은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음날인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북한군의 총탄이 우리 지역에 피탄된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우리 군은 어떤 대응태세를 취했느냐. 대응사격을 왜 안했느냐”고 따졌다.당시 북한군 4명은 남쪽으로 달아나는 북한 군인을 향해 총을 쐈다. 따라서 북한군의 총탄이 우리 지역에 떨어졌을 개연성이 있는 만큼 대응사격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유엔사 교전규칙을 이유로 대응사격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중장)은 “유엔사 교전규칙은 첫째 아군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인지, 둘째 위기 고조의 우려가 없는지 등을 함께 판단해 대응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군이 자기들끼리 총격을 하고 있었을 뿐 우리 군에게 총격을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응 사격은 유엔사 교전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유엔사의 관할 구역이다. 우리 군이 2004년 11월 경비 임무를 넘겨받았지만 여전히 합참이 아닌 유엔사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판문점 남쪽 지역에 피탄된 흔적도 아직 발견된 게 없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 총탄이 최종 피탄된 지역이 우리 쪽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쪽도 (총알이) 맞은 걸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곧바로 언론 설명회에서 “우리 지역에선 피탄 흔적이 아직 발견된 게 없다. 송 장관 발언은 추정일 뿐”이라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피탄 흔적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응사격은 무리인 셈이다.
설혹 피탄 흔적이 발견되더라도 대응 사격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북한군 총격의 목적이 자기편 장병의 귀순을 막으려는 것이지 우리를 위해하려는 적대 행위가 아니라는 게 명백한 상황에서 대응 사격을 하면 나중에 정전위원회에서는 우리가 도발한 것으로 몰릴 수 있다”며 “우리 군 장병들의 대응과 조처는 적절했다”고 말했다.
②총맞은 귀순병을 16분간 시야에서 놓친 배경은 뭔가
북한군 4명이 남쪽으로 달아나는 귀순병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은 오후 3시15분이다. 그러나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 50m 남쪽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은 오후 3시31분이다. 무려 16분 동안 귀순병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경계 실패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총성이 울린 뒤 판문점 후방 지역에서 북한군 무장병력이 증강되는 긴박한 상황을 거론하며 당시 귀순병 행방을 추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총성이 울리자 당연히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또 북한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전방의 북한군 동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근무병들은 곧바로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케이(K)-2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는 등 전투 준비에 들어갈 만큼 상황이 긴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귀순병이 쓰러져 있던 장소에 낙엽이 쌓여 있었고 감시 카메라도 없는 지역이어서,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실제 귀순병은 적외선으로 탐지하는 ‘열상감시카메라’(TOD)로 발견했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상황이 다 끝난 뒤 분석해서 알게 된 내용을 갖고 당시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재단하면 헛점 투성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전 부사령관은 또 “긴박하고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전장 상황을 마치 축구 중계 방송을 보듯 항상 실시간으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장병들이 잘 대처했기 때문에 귀순병을 무사히 구출해 후송할 수 있었던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북한 병사가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외상소생실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사건 상황이 합동참모본부에 첫 보고된 것은 오후 3시 33분이었다. 3시15분에 북한군의 총성이 울리고 18분 뒤였다. 합참은 긴급상황의 경우 15분 내에 보고하라는 지침을 운용하고 있다. 지침을 위반한 늑장 보고가 이뤄진 셈이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14일 국회에서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군 작전 경험이 있는 예비역 출신들은 늑장보고 부분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한 평가를 내렸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현장에서 총성이 들린다고 무조건 상부에 보고할 수는 없다. 상황을 파악한 뒤 해야 하기 때문에 보고를 15분 이내로 해야 한다는 규정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호영 전 부사령관도 “‘15분 이내’ 룰은 애초 탈영 등 우리 군 내 상황을 빨리 보고해 조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게 나중에 일반화된 것이다. 이런 룰을 유동적이고 복잡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15분 이내 룰은 없애고 ‘가급적 빨리 보고한다’로 바꿔 현장 지휘관에게 융통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총성 뒤 1시간 10분 뒤인 4시25분에 보고된 것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국회 예결위에 출석 중이라면 쪽지라도 넣어서 보고했어야 한다”며 “잘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③ 북한군이 정전협정 위반했나
북한군은 이번에 귀순병을 향해 권총과 AK 소총을 마구 쐈다. 1953년 7월 맺은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에서 민사경찰은 ‘보총과 권총만 무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유엔사와 북한군은 보총이 “방아쇠를 잡아당길 때 마다 총탄 1발 이상 발사할 수 있는 무기라고 정의된 바 있는 자동식 무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엔사 군정위 관계자는 “공동경비구역에서는 권총(피스톨)이나 소총(라이플)까지는 소지할 수 있지만 머신건(기관총)과 오토매틱(자동소총)은 안된다. 이는 4차 정전회담(1953년 7월 31일)에서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상황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보유한 에이케이(AK) 계열 소총에는 AK-47과 AK-74 등이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귀순병에 쏜 AK 계열 소총이 AK-47인지, AK-74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둘 다 연발 자동발사 기능이 있기 때문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는 휴대할 수 없는 무기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는 유엔사 군정위가 면밀히 검토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판문점에서 AK 소총을 쏜 것이 정전협정 위반인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원래 정전협정상 M-16과 AK 소총 등의 반입은 안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북이 모두 반입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K 소총의 정전협정 위반을 거론하는 것은 오래 전에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도 문제가 된다”며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문제삼으려면 북한이 우리에게 적대행위를 했느냐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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