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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공군 양성평등센터도 ‘이 중사 피해 호소’ 한달간 뭉갰다

등록 2021-06-07 12:00수정 2021-06-09 02:14

국방부, 부실수사와 별도로 성평등매뉴얼 집행과정도 조사
피해자 의사 존중해 2차 피해 막으라는 훈령 위반 의혹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아무개 중사가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티셔츠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김윤주 기자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아무개 중사가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티셔츠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김윤주 기자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이아무개 중사 사건과 관련해 늑장·부실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군 수사기관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공군 양성평등센터도 사건의 늑장·축소 보고를 한 정황이 나왔다. 국방부는 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7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 중사가 받은 성추행 피해가 군내 양성평등 업무계선을 통해 제대로 보고됐는지 공군본부, 성추행 사고가 발생한 제20전투비행단, 극단적 선택이 이뤄진 제15특수임무비행단 등 3개 부대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는 이미 시작됐고 7일부터 현장 조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앞서 부승찬 대변인은 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은 성추행과 관련된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가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 감사관실에서 (성평등) 매뉴얼 집행에서 행정적으로 부족했던 부분 등을 각각 별도 트랙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감사가 국방부의 성평등 매뉴얼이 잘 집행됐는지를 점검하려는 목적인 만큼 주요 감사 대상은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와 각 부대의 양성평등담당관, 성고충전문상담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이날 취재 내용을 모아 보면,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가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것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3월5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보고한 것은 거의 한 달이 지난 4월6일이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그나마 사건 경위를 전혀 알 수 없는 ‘월간 현황보고’ 형식으로 성추행 피해 신고 접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군 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군 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군내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 등을 담은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2019년 5월 시행)을 보면, 양성평등담당관은 성폭력 신고상담을 접수하면 우선 관련 내용을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군 내 양성평등업무계선을 통해 1차적인 ‘개요’를 보고해야 한다. 이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중대사고’라고 판단되면, “개요 보호 후 최단시간 내 세부내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양성평등업무 계선이란 각 부대의 성고충전문상담관과 양성평등담당관, 각 군 본부 양성평등센터,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를 뜻한다. 현재 불거진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고 보고를 받은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가 이번 사고를 가벼이 여기고 훈령의 지침과 달리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늑장·축소보고를 한 게 된다. 군 안팎에서는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가 서둘러 공군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로 신속히 연락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군본부 양성보호센터는 피해자 보호에도 적잖은 허점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훈령을 보면, 양성평등담당관은 “성폭력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가해자 분리, 보직 조정, 2차 피해 방지 등 피해자 모호를 위한 조치를 부대장에게 건의할 수 있다”(101조의5)고 되어 있고, 이 조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묵인, 은폐,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공군 양성평등담당관과 양성평등센터가 이 규정에 따라 이 중사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이 중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한발 더 나아가 유족들은 이 중사가 성고충전문상담관에게 4월15일 “자살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는데도, 공군이 5월 들어서는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는 등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유족들의 주장을 정리해 지난 2일 낸 보도자료를 봐도 이 중사가 “군 상담관은 싫다”고 해 성남 여성의 전화를 통해 2회 가량 상담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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