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군 성폭력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앞두고 정상화 공군참모차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장관이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중사의 사망을 지난달 22일 ‘단순 사망’으로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또 이 중사가 숨지기 전까지 성추행 피해 자체에 대해선 보고 받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서 장관은 9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보고에서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5월22일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상황 공유방에서 ‘단순 사망건’이 올라온 것을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성추행 피해로 인한 것임을 언급하지 않은 “‘피해자의 단순 사망사건’이라는 정식 서면보고를 받았고, 25일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유선으로 성추행 관련 보고임을 최초 보고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 장관은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언제 보고받았냐는 민홍철 국방위원장의 질의엔 “그런 사건은 군사경찰이나 군검찰이 수사 권한을 갖고 있고 지휘관들에게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 저나 각군 총장은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보고 받는다. 그래서 성추행 사건은 (장관까지는) 보고가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중사가 숨진 뒤 단순 성추행 사건이 장관에게 보고되어야 하는 ‘중요 사건’이 되어 보고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서 장관은 이날 현안 보고에 앞선 인사말에서 “최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합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방부에서 본 사건을 이관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회유·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 전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낱낱이 수사하여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 중사가 숨진 지 18일 만이다.
한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현역 장교인) 법무관(국선변호인)이 피해자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1000만원원이 됐든 2000만원이 됐든 금액은 정확하지 않지만, (가해자와) 합의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전달했다. 법무관이 가해자 측이 선임한 성폭력 전문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그런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이게 국가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물었다. 서 장관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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