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군 성폭력 사건에 대해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군 이아무개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숨진 지 18일 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서 장관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단순 사망 사건’으로 이를 보고받았다가, 3일 뒤에야 ‘성추행 사건’임을 보고받았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서 장관은 이날 국방위 현안보고에 앞선 인사말에서 “최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매우 송구하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조직 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연말까지 운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회의의 초점은 서 장관 등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이 사건을 언제 처음 보고받았는지였다. 서 장관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5월22일 오전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상황 공유방에서 ‘단순 사망 건’이 올라온 것을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군으로부터 24일 성추행 피해가 언급되지 않은 “‘단순 사망 사건’이라는 정식 서면보고를 받았고, 25일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유선으로 성추행 관련 사건임을 최초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이 중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선 언제 보고받았냐는 질의에는 “저나 각 군 총장은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보고받는다. 그래서 성추행 사건은 (장관까지는) 보고가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날 회의에선 군사 관련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는 민간에서 수사·재판이 이뤄지도록 군 사법체계를 개혁해야만 군의 고질적인 은폐·왜곡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사기밀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군 형사사건을) 일반 법원으로 넘겨야만 (사건 은폐를 위한) 군 지휘관의 회유·협박이 없어진다. (군 사법체계를 개혁해) 일반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7년 이후 군 형사사건 발생 현황을 보면, 전체 범죄 중 군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군사 관련 범죄(기소 사건 기준)는 2017년 14.2%, 2018년 11.7%, 2019년 10.7%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민간에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도 되는 교통·폭력·성범죄 등이었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휘관이 사건을 은폐해야 이익을 보는 메커니즘을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현역 장교인) 법무관(국선변호인)이 피해자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1000만원이 됐든 2000만원이 됐든 금액은 정확하지 않지만, (가해자와) 합의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전달했다. 법무관이 가해자 쪽이 선임한 성폭력 전문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그런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이게 국가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물었다. 서 장관은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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