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추가협의’ 전망
미국서 광우병 발생해도 해석 논란 가능성
시민단체 등 “연령제한 재협상외 대안없어”
미국서 광우병 발생해도 해석 논란 가능성
시민단체 등 “연령제한 재협상외 대안없어”
정부가 한-미 쇠고기 ‘졸속협상’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무마할 카드로 한-미 부가 합의서를 통한 ‘검역주권 명문화’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한 독소조항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여전히 귀를 닫고 있다. 또 ‘검역주권을 명문화’하더라도 이미 타결된 합의문을 고치지 않고서는, ‘광우병 발생 시 조건 없는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 ‘검역주권 명문화’ 어떤 형식으로 하나=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취할 조처를 명시한 별도 문서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서명한 ‘교환 각서’를 만들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첨부’하는 방식으로 ‘검역주권 명문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교환 각서는 조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수입금지 조처를 할 수 없도록 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5조의 내용을 일부 제약할 수는 있다. 이와 관련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재협상을 통해 협정문 자체에 손을 대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존 협정에 대한 개정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별도의 협의를 미국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환 각서에 담길 내용이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조건 없이) 즉각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 문제의 소지가 없어진다. 하지만 한승수 국무총리의 담화문과 이를 지지한 슈워브 대표의 성명 내용을 뜯어보면, 이처럼 명쾌하게 규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총리는 지난 8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며칠 뒤 슈워브 대표도 화답 성격의 성명을 냈지만 “가트와 세계무역기구 위생 및 검역 협정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각 나라의 주권적 권리를 보호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특히 그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이런 주권적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광우병 전염 위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수입금지 조처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실효성 없는 공수표 될 수도= 한-미 추가협의 과정에서 ‘검역주권 명문화’와 관련한 내용이, 광우병이 생길 경우 즉각 수입중단을 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의 전제조건을 달고 명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막상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미 양국이 해석을 놓고 논란을 벌일 수 있다.
특히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에도 국민건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는 권리(세계무역기구 위생 및 검역협정 5조7항)가 수입위생조건 5조를 통해 무력화된 만큼, 이를 복원한다는 명백한 보장이 없다면 검역주권 확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승환 경희대 교수(국제법)는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민건강에 위험하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교환 각서에 이 부분이 명시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검역주권 명문화’는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남는 독소조항들= 이번 한-미 정부간 추가협의에서는 미국에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돼 식용을 금지하지만 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수입을 허용한 경추의 횡돌기과 극돌기, 흉추·요추의 극돌기, 천추(등뼈와 꼬리뼈의 연결 부분)의 정중천골능선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뒤늦게 국내의 거센 비판여론을 고려해 문제의 부위를 수입 허용 대상에서 빼자고 미국 쪽에 요청했고,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검역주권 명문화’ 외에 나머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독소조항들은 손대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선 새 수입위생조건의 장관 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 없이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수입위생조건 가운데 15개 항목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입위생조건 14개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재협상을 통해 우선 30개월 연령 제한 해제를 철폐하고,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하도록 수입위생조건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또 미국 수출작업장 승인권을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하고, 수출 작업장에서 중대 위반사항이 발생할 때 해당 작업장 승인을 즉각 취소할 수 있어야 검역주권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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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뒤늦게 국내의 거센 비판여론을 고려해 문제의 부위를 수입 허용 대상에서 빼자고 미국 쪽에 요청했고,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검역주권 명문화’ 외에 나머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독소조항들은 손대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선 새 수입위생조건의 장관 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 없이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수입위생조건 가운데 15개 항목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입위생조건 14개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재협상을 통해 우선 30개월 연령 제한 해제를 철폐하고,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하도록 수입위생조건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또 미국 수출작업장 승인권을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하고, 수출 작업장에서 중대 위반사항이 발생할 때 해당 작업장 승인을 즉각 취소할 수 있어야 검역주권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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