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여야협의체 10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시한을 사흘 앞둔 24일에도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 청구권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여부과 관계없이 ‘27일 처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의 “충분한 검토”를 주문한 데다 국제사회 압박이 더해지면서 당 내부에선 처리 시점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는 이날 국회에서 10차 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차만 재확인했다. 특히 언론 피해에 대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이를 ‘위헌적 독소조항’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협의체 위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정정보도 등 일부 쟁점에 대한) 의견은 모아졌는데 국민의힘에서 징벌적 배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별도로 합의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언론의 중대한 장애를 낳을 문제를 합의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신 재산상 손해·정정보도 시기 등을 감안한 ‘실효적 손해배상’을 제안한 상태다.
온라인에서 기사 열람을 막도록 한 ‘열람차단 청구권’ 역시 조항 자체를 놓고 여야가 다투고 있다. 여당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로 제한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조항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손해배상’의 근거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당은 언론이 책임을 지는 경우로 ‘허위·조작 보도’ 대신 ‘진실하지 않은 보도’를 제시했으나, 야당은 손해배상 대상의 범위가 오히려 넓어진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8인 협의체를 통해서는 논의의 진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26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따로 만나 투트랙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내부적으론 ‘강행’ 처리를 놓고 고민의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 관계가 냉각되고 10월 정기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상황을 우려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 마비’ 상태와 ‘독주 프레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옳다고 여겨서 밀어붙였는데 역풍을 맞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니 그런 점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 같다. (강행 처리가) 고민스러운 지점”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아이린(이레네)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번 법 개정안이 국내에 미칠 영향만 보지 말고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점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그는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비롯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할수 있는 몇몇 심각한 조항이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평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25일 열리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만나 언론중재법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채경화 이완 기자,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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