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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돌봄은 가족이어도 때론 지옥…간병서비스 법제화 힘든가요

등록 2022-02-14 04:59수정 2022-03-08 21:22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
공공요양시설 턱없이 부족
간병비 오롯이 가족 몫으로
가정 돌봄 땐 누군가가 희생
간병인 주 6~7일 과로노동도
꼬리뼈를 다쳐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장기요양등급 2등급을 받은 남예숙씨가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자택에서 요양보호사 유남미씨의 도움을 받아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 인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꼬리뼈를 다쳐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장기요양등급 2등급을 받은 남예숙씨가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자택에서 요양보호사 유남미씨의 도움을 받아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 인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혼자서는 일상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노인과 장애인, 환자가 그렇다. 복지 제도의 수혜자가 되면 다행이지만, 정해진 기준에 맞지 않는 이들은 돌봄을 돈으로 사거나 아예 포기해야 한다. <한겨레>는 돌봄 대상자와 가족, 돌봄 노동자 23명을 심층 인터뷰해 대선 후보들을 향한 이들의 정책 요구를 들어봤다.

남예숙(76)씨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 변기에 앉기까지는 3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보행기를 밀고 문턱을 기어서 넘은 뒤 목욕 의자와 세탁기에 팔다리를 의지해 겨우 변기에 걸터앉았다. 인천 부평구의 집에 홀로 사는 남씨는 지난해 3월 계단에서 넘어져 꼬리뼈가 으스러졌다. 이후 한달 동안 지옥을 살았다. 극심한 통증에 앉을 수도 설 수도 없었다. 기저귀를 차고 지냈고, 싱크대 위 가스밸브를 돌릴 수 없어 생식을 했다. “지금은 양반이지. 기어 다녔으니까. 하도 넘어져서 온몸이 멍자국이었어요.”

요양보호사 유남미(44)씨는 지난해 4월 남씨 집을 처음 방문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고 대변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어요. 그런 곳에서 카레 가루를 푼 멀건 물에 생쌀 몇 알갱이를 넣어서 먹고 계셨어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을 1~5, 인지지원 등급으로 나눠 지원한다. 그런데 남씨는 골절 환자라서 회복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신청에도 등급이 나오지 않았다. 유씨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장애인 등을 지원하는 인천시사회서비스원(사서원) 소속 요양보호사다. 사서원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남씨는 장기요양보험 2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남씨가 수술한 병원에서 사회복지사가 ‘6개월 이상 장기요양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아낸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유씨의 방문요양을 하루 4시간씩 받고 있다. 정부가 남씨와 같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사각지대를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까닭이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 거야.” 남씨는 유씨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15년 경력의 간병인 문명순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정책을 손팻말에 적어서 들고 있다. 문씨는 간병인이 요양보호사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간병사’ 명칭을 쓰길 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15년 경력의 간병인 문명순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정책을 손팻말에 적어서 들고 있다. 문씨는 간병인이 요양보호사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간병사’ 명칭을 쓰길 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체중은요? 의식은? 섬망(과다행동과 환각 등이 나타나는 신경정신질환) 증세나 욕창은? 식사는 콧줄로?”

간병인 문명순(65)씨가 수화기 너머로 빠르게 환자 상태를 물었다. 문씨는 15년 경력의 간병인이다. 지금은 서울대병원 희망간병분회장으로 간병인 85명의 배치를 맡고 있다.

간병인은 몸을 모로 누워야 하는 병원 간이침대에 살며 환자에게 24시간을 내맡긴다. “자는 것, 먹는 것, 싸는 것, 씻는 것 등 모든 것을 포기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행여나 잠깐 소변 보러 다녀온 사이 환자가 낙상하면 책임은 모두 간병인의 몫이 된다.

문씨는 간병인을 두고 “환자와 한몸이 되어서 붙어있는 존재”라며 “우리는 스스로가 의료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병원 소속인 의료진이나 장기요양보험제도에 속한 요양보호사 등과 달리 간병인은 ‘제도적 울타리’ 밖에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는 “없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주 6~7일 과노동은 물론이거니와 임금도 떼이기 일쑤다. 그런데도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24시간 일하고 10만원쯤 받는데, 환자 상태가 심하면 더 받기도 해요. 하루에 12만원 준다고 환자 가족이 약속해서 갔는데 퇴원할 때 통장에 10만원만 입금된 경우도 허다해요. 그런데도 울며 가슴 치고 말지요.”

문씨는 대선 후보들에게 간병 서비스 법제화를 요구했다. “병원은 간병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잖아요. 간병비 때문에 환자들도 엄청 힘들어요. 간병 제도를 건강보험에 넣든 장기요양보험에 넣든 해서 환자도 우리도 살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도 국민이고 노동자잖아요.”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한겨레가 이(e)북으로 펴낸 ‘나의 선거, 나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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