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반성 없는 재탕 삼탕”, “2기 엠비(MB) 정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실패에 대한 반성 없는 재탕 삼탕은 곤란하지 않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김 전 비서관이 외교안보 인수위원에 기용된 것을 비판했다. 그는 “김(태효)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남북관계 아이콘”이라며 “김 교수가 설계한 ‘비핵개방 3000’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이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상대를 유령 취급하여 무시하며, 이명박 정부 입맛에만 맞춘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라며 “ 비핵개방 3000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더욱 험해졌다. 그런데 다시 돌고 돌아 김태효 교수입니까? 다시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윤 의원은 “더욱이 김태효 교수는 엠비 정부의 이중적이고 부끄러운 대북 정책의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며 “국민들 앞에서 겉으로는 강경 대북 정책을 운운하면서, 뒤로는 북한 인사들을 만나 돈 봉투를 내밀며 정상회담을 구걸했던 것이 김태효 교수”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2011년 5월 남북 비밀접촉 당시 ‘김 당시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돈봉투를 꺼내며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들은 그때의 부끄러움을 아직 기억하는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벌써 잊었습니까”라며 “왜 시작하기도 전부터 부끄럽고 안타까운 기억을 소환하려 하시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구성을 보아하니 윤석열 정부는 가히 2기 엠비정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며 “인수위 비서실장이 엠비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사람이고 인수위 대변인은 엠비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엠비계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 3사람 중 2명은 엠비 정부 출신이다. 대북 강경정책으로의 회귀, 전통적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추구로 동북아 균형이 흔들릴 것이 뻔해 보인다”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외교안보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의원은 “엠비사면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공적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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